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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전주] 에두와 산토스의 선물
관리자 11/20/2017

[포포투=홍재민(전주)]

예전 K리그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고 불렀다.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선을 긋는 표현이다. 우리와 그들로 나뉘었다. 높은 연봉을 주는 대신에 ‘돈 때문에 온 사람’으로 규정해 푸대접했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지금도 은연중에 외국인 선수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에는 정(情)이 부족하다.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4명이 출전했다. 공교롭게 넷 모두 브라질 국적자였다. 전북현대의 에두(35)와 로페즈(27), 수원삼성의 조나탄(27)과 산토스(31)였다. 예전 개념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모두 한국 K리그로 돈만 보고 온 축구선수들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물질적 조건이 맞은 덕분에 이들은 K리그를 선택했다. 다른 리그에서 나은 조건을 제시받았다면 우리는 그들과 만날 일이 없었을지 모른다.

전반 24분 에두는 1-1 동점골을 넣었다. 왼쪽에서 들어온 최철순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올 시즌 리그 13호 골이었다. 에두는 눈물을 흘렸다.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넣은 골이었기 때문이다. 전북 고별전인 줄 알았던 취재진도 경기 후 에두의 은퇴 선언에 놀랐다. 그는 “K리그로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니라 축구계에서 은퇴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 골은 K리그나 전북이 아니라 16년에 걸친 선수 생활에서 그가 넣은 마지막 골이 되었다.

원정팀에서는 산토스가 후반 27분 교체 투입되었다. 들어간 지 5분 만에 2-2 동점골을 넣은 산토스는 4분 뒤 3-2 역전골이자 결승골을 터트렸다. 눈물이 날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실제로 산토스는 울었다. 멋있어서가 아니라 올 시즌 마음고생 때문이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가슴앓이가 얼마나 심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수원 역대 최다 득점자는 자신을 밀어냈던 2017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팀에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선물했다.

에두와 산토스의 눈물은 우리가 알던 외국인 선수의 편견을 거스른다. 그들이 돈만 좇는 ‘용병’이 아니라는 사실 입증이기도 했다. 두 브라질인에게 K리그는 단순한 일터 그 이상이었다. 에두는 수원과 전북에서 뛰면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높은 연봉의 대가로 골을 제공했다. 2009년 故 신인기 씨에게 바친 골세리머니는 K리그 역사에 남는 명장면이다. 에두는 “수원은 한국에서 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해준 팀이고, 전북은 축구 인생에서 제일 좋았던 시즌을 보냈다. 브라질로 돌아가서도 전북을 끝까지 응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수원 팬이라면 산토스의 공헌을 잊을 수 없다. 1996년 창단한 수원삼성의 역사 속에서 그는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2014시즌 득점왕이자 3년 연속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구단 살림살이가 작아지는 환경 속에서 산토스의 꾸준함은 ‘헌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수원 팬들에게 소중했다. 그가 돈만 보고 수원의 푸른 날개를 달았다면 전북전에서 흘린 눈물은 설명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산토스는 수원을 위해서 뛴 공로자다. 안 뛰고도 돈을 버는 상황을 반기는 생산성이 아니라 자존심과 열정에 더 가까이 있는, 우리가 ‘진정하다’라고 평가하는 축구선수인 것이다.



예전 인터뷰에서 “카타르 리그는 돈 많이 주고 관중이 없어서 뛰기 편하다”라는 한 선수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국가대표의 야망보다 중국 혹은 중동의 돈을 따라가는 일부 젊은 재능들의 판단을 보면 힘이 빠진다. 중국과 중동을 선택하는 일본 대표급 선수가 거의 없는 현실 비교가 아쉬움을 키운다. 팬들까지 “그 정도 돈이면 가야지”라고 수용해서 더 안타깝다.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스포츠 열정을 지키고 있지만, 전반적인 금전제일주의 흐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인 선수들의 ‘셀프 용병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에두와 산토스는 K리그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렸다. ‘돈만 챙겨 가버리는 선수’라는 인식으로 타인 취급을 받는 외국인 공격수들로부터 우리가 고결하다고 믿는, 그런 모습을 봤다. 그들도 우리처럼 경기에 뛰지 못하면 속상해한다.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절치부심한다.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에 간절했던 FC서울에서 “FC서울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몇 있다”라는 고언을 남긴 주인공도 ‘우리 선수’가 아니라 몬테네그로 국적자 데얀이었다.

K리그에서 에두와 산토스는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국적과 상관없이 지금 K리그의 어린 선수들에게는 대선배이자 롤모델이다. 에두의 탁월한 득점 감각을 배우고, 산토스의 환상적인 역전 중거리포 기술을 따라 해야 한다. 전북-수원 경기는 더 중요한 배울 점을 알려줬다. 타지에서 꾸준히 최고 기량을 유지하는 자기관리와 함께 진심으로 뛰는 자세다. 11월 초겨울 바람이 부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에두와 산토스로부터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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