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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중국전(男)] 편견에서 벗어나니 괴력 발휘한 ‘거인’ 김신욱
관리자 12/09/2017


(베스트 일레븐)

선발 골잡이로 나선 김신욱이 모처럼 A매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발휘했다. 고무적 대목은 무작정 김신욱을 향해 시도하던 얼리 크로스의 빈도가 대단히 줄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한국은 김신욱이 투입되면 공격이 단조로워진다는 약점을 완전히 씻을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9일 오후 4시 30분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일본 E-1 풋볼 챔피언십 남자부 1라운드에서 중국에 2-2로 비겼다. 신태용호는 전반 9분 웨이스하오에게 실점하며 끌려갔으나, 전반 12분 김신욱, 전반 19분 이재성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세를 뒤집었다. 하지만 후반 31분 위다바오에게 일격을 당해 끝내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김신욱은 그간 A대표팀의 계륵이었다. 가진 재능과 체격 조건을 감안하면 반드시 선발해야 할 공격수로 꼽히면서도, 그 재능과 체격 조건에 지나치게 매몰되다보니 김신욱의 진가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는 김신욱의 A매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김신욱은 이날 중국전을 통해 A매치 39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득점 수는 중국전에 만든 한 골을 포함해 총 네 골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으나 김신욱이 K리그에서 보이던 플레이를 감안하면 대단히 적은 득점 수였다.

김신욱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도 문제였지만, 김신욱을 활용하는 벤치의 전술적 문제, 무의식적으로 김신욱만 보이면 얼리 크로스를 시도하는 동료들의 단순한 판단도 김신욱의 활용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중국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김신욱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억눌렀던 공격 본능을 마음껏 과시했다.

0-1로 뒤진 상황이었던 전반 12분에 만든 동점골은 김신욱이 동료와 연계 플레이로 충분히 상대 골문 앞에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신욱은 중국 박스 인근에서 힐 패스로 이명주에게 볼을 내준 후 골문 앞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명주는 우측면 공간으로 파고들던 이재성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시도했고, 이재성은 중국 수문장 옌진링과 맞선 상황에서 영리하게 골키퍼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더니 무인지경에 있던 김신욱에게 완벽한 찬스를 내줬다. 김신욱은 깔끔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언뜻 이재성이 완전히 만든 득점 기회에 숟가락만 얹은 듯한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다. 상대 높은 지점에서 볼을 잡았을 때 두세 선수가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 찬스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약속된 패턴이 있었고, 김신욱이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골망을 만들어냈다. 김신욱은 이 득점 장면 이외에도 대부분의 플레이를 박스 외곽에서 볼을 받아 동료에게 연결하거나 수비수를 끌고 다니는 움직임을 펼쳐 한국이 매끄럽게 공격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전술적으로 큰 보탬이 됐다. 박스 안에서 오로지 제공권 경합에만 치중했던 과거의 플레이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러면서도 제공권이 필요한 상황에는 자신의 신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19분 이재성의 역전골 상황이 바로 그랬다. 하프라인에서 주세종이 기습적으로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김신욱에게 롱 패스를 시도했고, ‘대갈 사비’라는 별명이 절대 허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는 듯 이재성에게 완벽한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이재성의 마무리가 상당히 좋긴 했지만, 김신욱의 ‘높이’가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었던 찬스였다.

요컨대 그저 김신욱의 키만 바라보고 하던 플레이에서 벗어나자 김신욱은 물론이며 팀 공격 전체가 살아난 것이다. 물론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와 중국의 전력 차는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김신욱의 경기력과 조직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팀 공격력을 평가함에 있어 신중함을 기할 필요는 있다. 그래도 ‘편견’에 가둬놓았던 골잡이를 해방하니 눈부신 존재감을 보인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향후에도 김신욱을 중용할 계획이라면 이날 중국전 플레이는 반드시 복기해야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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