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inho Oliveira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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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F4] ② 에닝요와 에두 가족이 말하는 ‘우리 아들, 전북, K리그’
관리자 05/22/2015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브라질 사람들은 가정적이다. K리그를 찾은 브라질 선수가 가족을 불러들였다는 건 ‘본격적으로 적응해보겠다’는 신호와도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북은 모든 외국인 선수의 가족이 전주로 이사온 팀이다. 이달 초에는 에닝요의 부모, 에두의 어머니와 장모까지 한국을 찾았다.

외국인 선수의 가족들은 생활 면에서 많은 걸 공유한다. 파비오 코치의 딸 마리나는 한국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다른 외국인 선수의 자녀들은 국제학교를 다니며 함께 통학한다. 세 브라질 선수 중 한 명의 집에서 보양식을 만들면 클럽하우스에 싸 와서 같이 먹는다.

경기 당일 스카이박스 한 칸은 외국인 선수의 가족들로 바글바글하다. 에닝요 딸 발렌티나, 에두 아들 베르나르두, 레오 딸 니콜리 등 어린이들은 다른 방까지 드나들며 천방지축으로 경기장을 헤집고 다닌다. 그러다 골이 터지면 혹시 우리 아빠가 넣었을까 싶어 다같이 경기장을 바라본다. 전북 외국인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 중 스카이박스를 가리키며 가족과 기쁨을 나누곤 한다.

한국을 찾은 당시 에닝요와 에두의 가족들을 만났다. 축구 선배이자 멘토인 에닝요의 아버지 에니오 올리베이라 씨를 인터뷰하던 중 자연스레 어머니 마리아 소코호 씨도 이야기를 보탰다. 에두 어머니 시다 씨도 아들과 K리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에닝요, 창춘에서 35번 달았던 이유는

에닝요의 아버지 에니오 올리베이라 씨는 아들에게 모든 걸 물려줬다. 일단 이름이 같고(에닝요의 이름 뒤에는 ‘주니오르’가 붙는다) 오른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것, 그리고 못 말리는 승부욕까지 판박이다. 아들과 실력을 견줄 때조차 지지 않고 “내가 조금 더 낫다”고 말한다. 아내 마리아 소코호 씨가 “아니다. 아들이 낫다”라고 진지하게 말해도 “어머니가 자식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판정의 공정성을 물고 늘어진다.

남매의 막내인 에닝요는 부모에게 각별한 효자다. 부모 속을 썩인 기억 하나만 말해달라고 해도 마리아 씨는 “전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에니오 씨가 고심 끝에 떠올린 사건도 별 것 아니다. 10세 때 에닝요가 아파트 앞에서 놀다가 지나가던 아주머니에게 방귀를 뀌었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큰 결례이기 때문에 아주머니가 집까지 찾아와 화를 냈고, 아버지가 에닝요를 불러 크게 야단친 뒤 화장실에 가두긴 했다. 그러나 이 정도면 기껏해야 촌극 수준에 속한다.

에닝요의 가족은 부모 대부터 삶의 터전이었던 마세이오 지역에 모여 산다. 에닝요가 한국에서 팀을 옮기고 재계약을 할 때마다 부모, 누나, 친척이 살 집을 하나씩 장만했다. 전북은 에닝요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특별한 팀이다.

“창춘에서 에닝요는 35번이었다. 전북에서처럼 8번을 달고 싶었는데, 그 번호가 차서 ‘3+5’라는 생각으로 35번을 골랐던 거다. 그러나 3+5든 5+3이든 진짜 8은 될 수 없다. 전북으로 돌아와 8번을 되찾은 에닝요는 사랑하는 연인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에니오) “얼마 전 우리를 데리고 클럽하우스를 구경시켜 줬다. 아기가 엄마 손을 끌고 ‘엄마 여기 너무 좋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리아)


마리아 씨는 전북과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왜 애틋한 감정이 드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아들을 있는 그대로 안아준 전북은 이제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요즘 마리아 씨는 에닝요가 다른 곳으로 가면 행복을 잃어버릴 것 같은 예감에 휩싸여 있다. 아들의 감정을 곁에서 느끼다보니 자연스레 부모도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에니오 씨는 축구인으로서 전북 경기를 2년 만에 다시 봤다. 브라질에 있을 때도 아들의 플레이에 대해 조언을 해 주는 ‘전북 분석 전문가’다. 에니오 씨가 다시 본 전북은 “선수들이 거만하지 않은 팀”이다. “잘 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으면 이기적으로 굴 수도 있는데 전북은 그렇지 않다. 선수 자원이 아주 풍부하고,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34세 에닝요에겐 축구 인생의 끝점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경력을 마무리할지도 고민해야 할 때다. 에니요 씨는 “에닝요에게 전북에서 몇 년 더 뛸 거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곧 언제 은퇴할 거냐는 질문이나 다름없지 않냐”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에닝요가 해준 말은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내게 물었다. ‘아버지, 전북과 재계약이 되면 계속 하고, 안 되면 축구를 그만 둘까요?’라고. 나는 ‘쉬고 싶을 땐 언제든 그만둬도 된다’고 답해 줬다.”

“만약 에닝요가 전북을 떠난다면, 그를 원하는 브라질 팀이 있을테니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다고 본다. 그런데 며칠 전 에닝요가 ‘전북에 오래 남아 코칭 스태프까지 하고 싶다’고 하더라. 나도 모르겠다. 여기서 은퇴하고 코치가 될지, 아니면 브라질로 돌아갈지.”


우리 아들 에두가 한국에서 은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에두는 에닝요에 비해 한국에 머무른 기간이 짧다. 2007년부터 3년간 수원삼성에서 뛴 뒤 이번이 두 번째 K리그행이다. 그 사이 독일, 터키, 중국, 일본팀을 거쳤다. 어머니 시다 씨도 에두가 뛴 대부분의 나라를 방문했다. 에두의 장모도 함께 했다. 에두네와 아내 릴리안네는 어려서부터 옆집에 살다가 결국 사돈이 된 돈독한 집안이다.

시다 씨는 “다른 나라도 많이 다녀 봤다. 독일은 꽤 좋았다. 그러나 살기 좋은 것과 별개로, 떠난 뒤 그리운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음식이 입에 맞았고 한국 사람들만의 끈끈한 정도 있었다. 한국에 비하면 독일이나 일본의 정서는 좀 메마른 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에두는 여러 나라를 다녔다. 엄마 마음 같아서는 우리 아들이 가장 행복한 곳에서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에두는 진로를 스스로 결정해 왔다. 내가 남으라느니 떠나라느니 이야기하진 않았다. 늘 새로운 도전을 향해 달려가는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수원을 떠나 독일로 갈 때 뿌듯했다. 이번에 돌아온 한국은 에두가 참 좋아하는 곳이다.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

에두는 어려서부터 가정적이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면 식당에 가서 한 턱 내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초대하는 걸 좋아했다. 지금도 그런 성향은 마찬가지다. 아내, 자신을 빼닮은 두 아들 베르나르두와 알툴, 어머니와 장모, 여기에 강아지 두 마리까지 아파트는 북적거린다. 에두가 안식을 얻는 공간이기도 하다. 에두는 “두 분의 음식 솜씨는 모두 환상적이다. 와 계신 동안 너무 잘 먹고 있다”며 다양한 브라질 요리에 대한 만족을 밝혔다.

에닝요와 동갑인 에두 역시 은퇴 장소를 염두에 둬야 하는 시기가 됐다. 시다 씨는 “어디까지나 엄마 생각일 뿐이지만, 에두가 행복할 수 있고 더 적응할 필요 없는 한국에서 뛸 수 있는 데까지 뛰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에두는 아니지만, 말할 수 있는 건 에두가 진짜로 한국을 좋아한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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