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inho Oliveira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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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닝요의 두 번째 작별 인사 “행복했어요”
관리자 07/15/2015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두 번째 작별 인사를 남기고 떠나는 에닝요(34)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러나 표정 뒤엔 혼란과 슬픔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휘몰아치는 감정을 숨긴 채 웃는 얼굴로 한국을 떠났다.

14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준비하는 에닝요를 찾아갔다. 에닝요는 인터뷰가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닝요는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현대 팬들에게 이별을 고할 때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고별사도 직접 말하는 대신 장내 아나운서가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에닝요와 가까운 사람들도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라고 했다.

에닝요는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화제를 낳은 외국인 선수 중 하나다. 2009년 전북에 합류한 에닝요는 그해 전북의 첫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에닝요가 있을 때 전북은 전성기를 누렸다. 2011년 두 번째 K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ACL)도 에닝요가 주역이었다. 2012년엔 특별귀화 논란도 있었다. 아픔을 겪으며 한국과 전주는 에닝요에게 더 각별한 곳이 됐다.

에닝요의 개인사에서 전북은 그만큼 특별한 팀이었다. 2013년 창춘야타이로 떠났던 에닝요가 올해 초 전북으로 재이적했을 때, 그가 밝힌 이유는 “중국에선 내 승부욕을 충족하지 못했다. 전북에서 느낀 만족감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늘 승리를 추구하는 에닝요에겐 자기 손으로 정상에 올린 전북이 더 각별했다. ACL 결승전에서 패배하고 나서 화병이 나 응급실에 실려 갔던 기억도 에닝요에겐 한이 됐다.

전북의 구성원들에게도 에닝요가 특별한 존재인 건 마찬가지였다. 최 감독은 에닝요의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가 떨린다. “이런 식으로 보내면 안 되는 선수인데, 아름답게 보내야 하는데”라는 말을 되뇌었다.

지난 1월 에닝요이 전북 합류가 공식 발표됐을 때, 단 4시간 만에 팬 30여명이 소집돼 에닝요에게 환영 인사를 전하러 클럽 하우스를 찾았다. 팬들은 에닝요의 아버지와 아내의 페이스북까지 찾아가 응원을 보낼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두 번째 작별을 고하던 날, 팬 이우영 씨는 “에닝요는 전북의 영광을 함께 한 사람이 아니라 만든 사람”이라고 했다. 팬이 선수에게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존중심이 담긴 표현이다.

에닝요는 형식을 갖춘 인터뷰는 거절했으나, “올해 ACL 결승에 진출하면 경기를 보러 다시 전주로 와 달라”는 팬의 말을 전하자 웃어 보였다. 그는 “전북에서 보낸 시간은 행복했고 아름다웠다”며 짧게 끊어지는 문장으로 속내를 조금씩 내비쳤다. "다들 고맙다. 일일이 인사하고 떠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기 위해선 잠깐 뜸을 들이며 숨을 골라야 했다.

2013년 창춘으로 떠나던 날의 풍경과는 달랐다. 그날 에닝요는 가족과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그땐 혼자 중국으로 향했기 때문에 가족과도 잠시 이별해야 했다. 이번엔 브라질로 함께 떠나는 가족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줬다. 첫째 딸 발렌티나는 늘 그렇듯 밝았고, 7개월 난 둘째 소피아는 칭얼대지도 않고 조용히 엄마 바네사 옆을 지켰다.

밝은 얼굴로 한국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은 에닝요에게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전했다. 에닝요도 같은 말로 화답했다. 출국 과정은 복잡했다. 한국 생활하며 생긴 엄청난 양의 이삿짐은 공항 카트 9대 분량이었다. 대형 수하물 카운터에서 이 짐을 포장해 부치는 등 바쁘게 시간을 보낸 뒤 허겁지겁 출국 플랫폼으로 향했다. 마지막 감정을 곱씹을 여유가 없어 오히려 다행인지도 몰랐다. 에닝요는 가문의 고향 마세이오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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