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공격도 된다. 포항 스틸러스 ‘캡틴’ 최영준(29)은 팀 상승세에 숨겨진 공로자다.
포항은 FA컵 2경기를 포함해 5승1무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지난 15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FA컵 16강전에서 상주 상무를 연장 접전 끝에 3-2로 꺾었다. 리그에서도 3연승은 중단됐지만 패하지 않고 있는 최근 흐름이다.
이 날 2골을 넣은 일류첸코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최영준의 득점에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는 후반 20분 일류첸코가 크로스를 욕심내지 않고 뒤로 내준 공을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해 상주의 오른쪽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터진 소중한 동점골이었다. 최영준의 득점은 경남시절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귀하다. 그의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이기에 공격 가담이 그리 많지 않다. 득점보다는 수비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조금 다르다. 그의 중원 파트너 중 한 명인 오닐이 출전을 하게 되면 수비적인 역할은 오닐이 맡고, 최영준은 한 발 전진해 공격적으로 나선다. 전진 패스 시도도 늘었다.
최영준의 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임대생으로는 이례적으로 주장이 됐다. 여기에는 김기동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김 감독은 현역시절 달았던 등번호 6번을 최영준에게 권유했다. “6번을 받고 뛰면 그 정도 활약은 해야 한다”라고 너스레를 떤 김 감독의 말에는 최영준을 향한 믿음과 만족스러움이 동시에 내포돼 있다. 그는 임대 규정으로 인해 전 소속팀 전북전에는 나서지 못한다. 이를 제외하면 리그 10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고, FA컵 3~4라운드에서도 선발로 출전해 경기를 모두 책임졌다.
경기장 밖에서는 어린 선수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유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송민규가 목표로 세운 공격 포인트 10개는 부족하다며, 15개로 상향 조정한 것도 최영준의 조언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의 기대 속에 송민규는 펄펄 날고 있다. 또 4년 차 이승모도 최영준의 이끎 속에 알을 깨고 나왔다. 2% 부족했던 이승모는 최영준과 함께 뛰면서 자신감을 찾고 제 기량을 오롯이 발휘하는 중이다. 이래저래 공헌도가 높은 최영준이다.
현역 시절 ‘뼈정우’, ‘뼈트라이커’로 축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정우(38). 2016년 은퇴한 뒤 약 3년간의 공백 끝에 2019시즌을 앞두고 인천대건고(인천유나이티드 U-18)의 사령탑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초보 감독의 지난 1년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2년 차가 된 2020년, 김정우 감독의 시선은 한 단계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존의 뼈대 위에서 리모델링을 꾀하다
부평고, 고려대를 거쳐 2003년 울산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정우 감독은 전북현대 시절이었던 2013년까지 237경기에 나서 37골 17도움을 기록했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상주상무에 있었던 2011년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이 때 무려 18골을 기록하며 ‘뼈트라이커’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보다 앞선 2010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남아공월드컵에 참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달성에 기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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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 해외에서 뛰었던 김정우 감독은 2016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공백 기간을 가졌고, 2019년 대건고 감독으로 축구계에 돌아왔다. 축구 유망주들을 잘 이끌어 프로에 올려 보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초보 사령탑임에도 김정우 감독은 침착하게 팀을 파악했다. 주변의 조언을 구하면서 고등학교 축구의 특성을 먼저 이해하기 시작했다. 현역 시절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톱스타였지만, 지도자가 된 후에는 자신을 낮추고 귀를 열었다.
“처음 대건고에 왔을 때는 이미 감독을 제외한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꾸려진 상태였죠. 우선 코칭스태프들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초반부터 팀에 큰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감독이 새로 왔다고 갑자기 모든 게 바뀌면 아이들이 낯설어하기 때문에 기본 틀은 그대로 두고 조금씩 천천히 변화를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적응해나갔던 것 같아요.”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투박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식돼 온 최영준(포항스틸러스)은 지난 주말 '전세계 1위' 탈압박 스킬을 보여줬다.
10일 부산아이파크전 후반 7분, 왼쪽 측면에서 송민규가 패스를 밀어줬다. 최영준이 공을 잡는 순간 호물로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최영준은 공을 뒤쪽으로 끌어당긴 뒤 송민규에게 발 뒤꿈치 패스를 내줬다. 절묘한 기술에 이어 재빨리 이동한 최영준은 송민규의 리턴 패스를 받으며 호물로를 따돌렸고, 팔로세비치에게 논스톱으로 패스하며 역습 기회를 만들어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 축구가 중단되면서 K리그가 가장 수준 높은 리그로 남아 있다. 최영준의 이 기술은 지난 1주일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절묘한 트릭이었다. '많이 뛰는 수비 전문 미드필더' 최영준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뜻밖의 장면이기도 했다.
최영준은 "원래 이런 걸 할 줄 아는 선수"라며 투박하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가끔 구사하곤 했는데 이번엔 절묘하게 잘 통했다. 스킬이 통할 때 쾌감이 있다."
그밖에도 최영준의 플레이는 적재적소에서 빛났다. 포항은 전체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부산을 2-0으로 꺾었다. 라이트백 김용환은 엄청난 정확도의 크로스를 보여줬고, 공격수 일류첸코는 확실하게 마무리했다. 추가골을 넣은 팔로세비치, 꾸준한 돌파력을 보여준 팔라시오스의 공격력도 좋았다.
최영준은 '포항 유망주 전담 선생님'이다. 지난 시즌 하반기 이수빈과 함께 뛰며 성공적인 프로 정착을 도왔다. 이수빈이 최영준과 맞임대되며 전북현대로 떠나자, 새로운 유망주 파트너가 생겼다. 22세 이승모다. 포항은 개막전에 22세 이하 선수를 두 명 투입했다. 이승모를 의무출전 규정 때문에 억지로 투입한 게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최영준은 후배의 1군 정착을 잘 이끌어냈다. 두 선수의 조합은 강력했다.
"수빈이는 천재랄까, 플레이 하나하나가 빠르고 정확했다. 승모는 더 공격적인 면이 있고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다. 다만 플레이스타일과 달리 약간 내성적이다. 그 성격이 그라운드에서도 드러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편하게 경기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건 편한 일이다. 내 말을 잘 들으니까."
최영준은 전북에서 임대된 신분인데도 주장 완장을 찼다. 특이한 상황이다. 바로 옆에서 뛰는 이승모부터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최영준은 김기동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사제공 풋볼리스트
'WELCOME BACK! 아드리아노!'
FC 서울이 '득점 킬러' 아드리아노와 재회했다. 서울은 4일 아드리아노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계약기간은 1년이다.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는 서울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기존 알렉산드르 페시치, 박주영과 함께 최강의 공격조합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아드리아노는 '득점 기계'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선수다. 2014년 당시 K리그2(2부리그) 소속 대전 시티즌에 입단해 27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이 27골은 역대 K리그2 한 시즌 개인 최다골 1위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2015년 중반 서울로 이적했고, 2016년까지 총 43경기에 출장해 25골7도움을 기록했다. 2년 연속 K리그1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2016년은 아드리아노 커리어에서 가장 빛난 한 해였다. K리그 17골, FA컵 5골에 ACL 13골을 더해 한해에만 35골을 터뜨렸다. 역사적인 기록이다. 역대 K리그 한 시즌 개인 최다골 신기록을 세웠다. 또 있다. ACL에서도 역사를 썼다. 13골로 ACL 득점왕에 올랐다. ACL 역대 한 시즌 개인 최다골 공동 1위의 기록이다. 2013년 광저우 헝다의 무리키, 2018년 알 사드의 바그다드 부네자와 함께 아드리아노는 ACL 최다골 주인공으로 등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