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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청년에서 1000만 달러 공격수로…로페즈가 이루는 '코리안 드림'
관리자 10/21/2016

전북 로페즈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FC서울과 4강 2차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2016. 10. 19.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갔더니 허름한 경기장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가장 눈에 띄더라고….”

K리그 제주 관계자는 2년 전 이 때 브라질 선수를 찾기 위해 갔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그는 “어떻게 선수들이 뛸까란 생각이 들 만큼 낙후된 시골 경기장이었는데 거기서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조금 보니 잘 한다는 느낌이 드는 선수가 딱 하나 있었는데 에이전트가 와서는 ‘저 선수가 바로 내가 말한 선수’라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주에서 맹활약한 뒤 올해 전북으로 둥지를 옮겨 팀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까지 올려놓은 로페즈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는 검증이 덜 된 공격수인 탓에 지난해 정식 이적이 아닌 임대 신분으로 K리그 클래식에 뛰어들었다. 제주에 오기 전 히우 그란지 두 놀치란 주의 1부리그 득점왕을 차지했으나 해당 주의 리그 수준이 떨어져 높이 살 것은 아니었다. 브라질 전국리그로 무대를 넓히면 3부리그 포르탈레자에서 교체 멤버 정도로 나선 게 고작이었다.

외국에서 ‘좀 한다’는 선수들이 와도 강한 압박과 거친 축구에 고전하다 일찍 짐을 꾸리기가 일쑤인 곳이 K리그다. 그러나 무명 공격수 로페즈는 달랐다. 제주에서 첫 해 11골 11도움을 기록해 K리그 클래식에서 유일하게 ‘10-10 클럽(한 시즌 골과 도움을 모두 두 자리 수 기록한 선수)’에 가입한 그는 올해 전북과 이적 신분으로 계약한 뒤 전북의 K리그 클래식및 ACL ‘2관왕’ 도전 핵심축으로 성장했다. 그는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선 10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ACL에서는 3골 5도움을 올렸다. 특히 서울과의 ACL 준결승 두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해 전북이 5년 만에 이 대회 결승까지 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일 2차전에서 전북이 0-1로 뒤지던 후반 14분 김신욱의 포스트플레이를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가 동점포로 연결한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1차전에서 4-1로 대승했던 전북은 이 골 하나로 ‘180분 짜리’ 승부에 쐐기를 박고 결승행 티켓을 사실상 손에 쥐었다. 로페즈의 속공에 서울 수비수들은 속수무책이었다.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준족의 위력은 준결승 두 경기에서 유감없이 나타났다. 2차전에서 전북은 김신욱 이재성 김보경이 대표팀 이란 원정을 다녀오느라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올해 22골을 터트린 레오나르도도 크게 부진했다. 그럼에도 로페즈가 있어 웃을 수 있었다. 김신욱이 “정상 컨디션인 선수가 로페즈 하나여서 공중볼을 따내면 무조건 로페즈 쪽으로 연결했다”고 할 정도였다.

브라질 시골 청년이었던 로페즈는 2년 만에 K리그의 ‘큰 손’ 전북에서 두둑한 연봉을 받으며 ‘코리안 드림’을 이루고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시즌 초엔 다소 고전했는데 수비와 헌신적인 움직임을 갖추면서 팀의 보배가 됐다. 스피드와 성실성도 좋다”며 로페즈의 일취월장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상수 전북 미디어담당관은 “브라질 선수로 먼저 산전수전 겪은 레오나르도와 친해지면서 로페즈가 서서히 진가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로페즈는 이제 ‘세계 축구의 뉴 엘도라도’ 중국에서 주목하는 공격수로 지위가 부쩍 올라갔다. 전북 고위관계자는 지난 달 “전북 수비수였던 김기희가 올 시즌 앞두고 이적료 70억원에 중국 상하이 선화를 가지 않았느냐. 조만간 우리 구단에서 이를 뛰어넘는 1000만 달러 이적료 기록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10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바로 로페즈다. ‘코리안 드림’을 넘어 ‘K리그 역사’를 새로 바꿀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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