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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아부다비(UAE)] 김정용 기자=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내년에도 전북현대에 남겠다고 했다. 중국행을 염두에 뒀던 건 사실이지만 시즌을 끝까지 마치기 위해 제의를 거절했고, 지금은 러브콜이 없다고 했다.
최 감독은 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에미레이츠 팰리스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하는 '2016 올해의 남자 감독'으로 선정됐다. 일명 7성급 호텔로 불리는 에미레이츠 팰리스는 겨우 일주일 전 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을 대비한 훈련 장소로 썼던 곳이다. 시상식 장소에서 만난 최 감독은 "내년 전지훈련 때나 이 호텔 밥을 또 먹어 보려나 했는데, 겨우 일주일 만에 한국에 갔다가 다시 와서 먹을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박 3일로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며 피곤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감독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에겐 ACL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가장 중요했다.
#내가 다른 팀과 계약했으면 '애절하게 하라'는 말이 통했을까?
최 감독은 올해 내내 중국행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장쑤쑤닝, 상하이상강 등 구체적인 팀도 거론됐다. 최 감독이 지난 제의를 모두 물리쳐 온 건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ACL 우승을 달성한 지금은 홀가분하게 떠날 때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 감독은 이미 중국으로 갈 타이밍이 지났다며 "더 좋은 전북을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 갈 기회가 세 번 정도 있었다. 그중 한 번은 알려져 있다시피 장쑤쑤닝이었다. 실제로 이야기가 오가며 독소조항도 뺐다. 그런데 나는 시즌 말에 가길 원했고, 장쑤는 감독대행은 절대 못 세운다고 하더라. 그리고 다른 감독 이야기가 나오더니 최용수 감독으로 정해졌다.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윈윈이 됐다.
그 뒤로도 거액의 제안이 왔지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뒤에서 다른 팀과 계약을 맺으면 선수들에게도 다 소문이 날 텐데, 아무리 '애절하게 하라'고 이야기해도 그게 받아들여질까? 선수들에게 거짓말을 한 채로 이끌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들어오는 제안들을 정리했다. 지금은 중국 팀들이 다들 새 감독을 구했다. 내가 먼저 다른 팀을 알아보고 다닐 생각은 없다.
지금은 클럽월드컵과 다음 시즌에 대비할 생각을 하고 있다. 더 좋은 전북을 만드는 게 내년에 내가 할 일이다. 다시 노력해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아침 7시에 나가서 밤 9시까지 일했다지 않나. 유럽에 그런 감독 드물다. 하루에 1시간 반 훈련하면 그때만 구단에 얼굴을 비추고 바로 퇴근해 골프 치러 가는 걸 많이 봤다. '내 팀'이라는 생각이 있어야 그렇게 한다. 나도 퍼거슨 감독처럼 전북이 내 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는 중국 구단이 한국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관계가 있다. 유럽 감독들은 3시 반에 훈련 시작이면 3시에 출근한다. 전술만 만드는 게 아니고 팀 문화를 개선해달라고 데려온 감독이 그렇게 굴면 팀 입장에선 답답하다. 그런데 한국 감독들은 열성적이고 헌신적이다. 장외룡 감독 같은 사람도 늘 연구하고 자기 팀에 매진한다. 그게 차이점이다
#무너진 밸런스를 되찾아야 했다. 그 밸런스가 뭐냐면
최 감독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반 동안 노력해 ACL에서 우승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돌아온 2013년 하반기부터 겨울 이적시장을 세 번 거치며 팀을 세 번 크게 보강했고, 결국 이동국과 권순태 등 몇몇 베테랑을 빼면 새로운 팀이 됐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2013년엔 파비오가 팀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팀 밸런스가 완전히 깨져 있었던 거다. 밸런스가 뭐냐면, 선수단 안의 분위기가 깨졌다는 뜻이다. 휴식기를 앞두고 홈에서 부산에 1-4로 대패한 날이 있었다. 그런데 몇몇 선수들이 '씻을 틈도 없다. 얼른 놀러 가야 한다'며 아쉬워하지도 않고 짐 챙겨 나갔다더라. 해외로 놀러나가서 소셜미디어에 버젓이 사진을 올린 선수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기 복귀를 결정했다.
올해 신욱이 영입으로 ACL에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단에 방점을 찍었다. 나도 다른 팀에 비해 선수가 많다는 거 안다. 원톱 보는 선수가 이동국, 김신욱, 에두, 이종호 네 명이다. 레프트백은 박원재, 최재수, 이주용 세 명이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김신욱 없이 ACL 우승은 없었다. 이동국, 이종호, 김신욱이 돌아가면서 활약해 준 덕분에 우리가 두 개 대회를 병행할 수 있었다. 충분히 못 뛴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대부분 필요한 투자였다. 여러번 이야기했다시피 대부분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들이라서 김기희 내보낸 이적료를 생각하면 돈을 많이 쓴 것도 아니다.
시즌 초부터 선수들에게 ACL 우승이 제일 중요하다고 거의 세뇌를 시켰다. 사실 K리그 3연패도 ACL 못지않게 큰 성과다. 그런데 나는 무조건 ACL이 1번이라고 했다. 그래서 K리그 클래식 우승을 놓치고도 팀이 무너지지 않고 ACL 결승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마르는 거의 신이었다, 그러나 막을 수 있었다
결승 2차전 이후 5일이 지났다. 한결 차분해진 최 감독은 결승전에서 알아인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전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할 여유를 찾았다. 앞선 인터뷰에서 알아인 주장이자 'AFC 올해의 남자 선수' 수상자인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고종수 수원삼성 코치의 현역 시절에 비유했던 최 감독은 "고종수보다 낫다. 거의 신이다 신"이라고 평가를 더 높였다.
"오마르는 공을 끌지도 않고 밀어도 밀리지 않는다. 눈 앞에 두 명이 침투하고 있는데도 뒤통수 쪽에서 뛰는 다른 윙어에게 스루 패스를, 그것도 딱 받기 좋은 위치에 준다. 백패스가 없다. 무조건 전진 패스만 한다. 결승전에서 잘 했다고들 하는데 최철순이 잘 막아서 평소 실력의 30, 40%밖에 안 나온 거다.
2차전을 위해 여기 왔을 때 중요한 정보 하나를 얻었다. 오마르는 몸싸움을 걸면 오히려 그걸 즐긴다는 거다. 그걸 뚫고 공격을 전개할 줄 아는 선수다. 그런데 자기가 하는 패스가 끊기고 골이 안 나기 시작하면 멘붕이 온다고 했다. 파울이 나면 공을 자기가 서둘러 가져와서 빨리 공격을 전개하는 것, 그 행동을 하면 멘붕이 오기 시작한다는 신호였다. 후반전이 되니까 오마르가 그 상태에 빠지더라. 더 일찍 그렇게 만들고 싶었는데 뒤늦게라도 돼서 다행이다.
페널티킥을 더글라스가 실축해 줘서 다행이긴 한데 제대로 찼어도 막을 수 있는 공이었다. 더글라스는 원래 10번 중 9번을 왼쪽 구석(골키퍼가 볼 때)으로 찬다. 권순태가 그걸 알고, 오른팔을 들어 일부러 의식하게 만든 다음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더글라스가 평소처럼 찼어도 막았을 거다.
알아인 선수들이 죽어라 뛰었지만 한편으론 다들 뭔가에 쫓기고 있었다. 그게 다행이었다. 엄청난 포상금이 걸려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쫓겼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점잖게 굴던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이 주먹을 휘두르고 퇴장 당하지 않았나. 난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동국, 조성환, 김형일 등 베테랑 들을 따로 불러서 '나이 많은 아저씨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경험에서 우리가 앞섰다."
#아시아 챔피언 노래를 마음껏 부르자, MGB에 주는 선물이다
최 감독과 팬들의 관계는 독특하다. 직접 메시지를 보내 응원하는 팬도 꽤 될 정도로 돈독하다. 최근 인터넷에서 '움짤'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최 감독의 '음소거 욕설 영상'을 보여주려 하자 "아, 벌써 팬들이 다 보내줘서 봤다"고 한다.
"2011년에 팬들의 절망을 봤고, 그때부터 ACL은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2012년이나 2013년에 바로 도전했으면 한 번 우승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국가대표팀에 다녀오느라 시기를 한 번 놓쳤고 결국 5년이 걸렸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5년 전 한을 시원하게 풀었어야 하는데.
MGB(전북 서포터) 응원가 중 아시아 챔피언에 대한 노래가 있다. 이제 그 노래를 떳떳하게 불러도 된다. 내가 팬들에게 가장 드리고 싶었던 게 이거다. 솔직히 2006년 우승한 거 가지고 아시아 챔피언 노래 부르는 거 민망하지 않나. 한 3년 정도 지나면 공소시효 끝나고 아시아 챔피언 노래는 그만 부르기로 정하든지 해야지. 이제 우리는 다시 1년부터 시작이다. 마음껏 불러도 된다."
사진= 아시아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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