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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나 기쁘진 않을 최강희 감독
관리자 01/05/2016

(베스트 일레븐)

행복과 기쁨은 떨어질 수 없다. 행복하면서도 슬프다는 이중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행복한 데 기쁘지 않다는 건 이율배반이다. 행복은 곧 기쁨이고, 기쁨을 느끼면 행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전북 현대를 이끌고 있는 최강희 감독은 행복하지만 기쁘지는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요즘이 그렇다. 구단의 전폭적 지원 아래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매년 우승이란 목표 아래 새로이 시작해야 하는 고통은 최 감독을 기쁘지 않게 한다.

전북은 올해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2009년, 그러니까 전북이 창단 이후 처음으로 K리그를 제패한 이후부터 ‘녹색 전사’들은 매해 우승 후보였다. 그리고 그 우승 후보란 세간의 평가를 세 번의 우승(2011·2014·2015년)으로 입증했다. 최 감독이 급작스럽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2011년 12월~2013년 6월)을 잡지 않았더라면, 전북의 우승 횟수는 더 늘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북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최 감독의 존재, 훌륭한 스쿼드, 프런트의 확실한 지원이다. 2016시즌을 앞둔 전북이 올해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데엔 세 가지를 다 갖추고 있어서다. 특히 최 감독의 존재와 훌륭한 스쿼드 덕이 크다. 전북은 올해도 최 감독이 존재하고, 이적 시장을 주도하며 많은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벌써 확정된 영입만 다섯 명(김보경·이종호·임종은·고무열·최재수)에 이른다. 이러니 당연히 올해도 우승 후보다.

때문에 밖에서 봤을 때, 최 감독은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지도자다. 구단의 전폭적 지원으로 매년 훌륭한 선수를 다수 영입할 수 있으니 그렇다. 심지어 한두 해에 그친 반짝 지원도 아니다. 전북은 이동국·김상식·에닝요를 동시에 영입했던 2009년 이후 매해 디펜딩 챔피언 팀의 주전 경쟁 구도를 뒤흔들 만한 영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을 제패하고도 벌써 다섯 명의 주전급 선수를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최 감독이지만, 이런 상황이 마냥 기쁘지는 않다.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만족스럽지 않아서는 더더욱 아니다.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하는, 그래서 매년 커다란 스쿼드 변동 폭을 감내해야 하는 고단함과 외로움 때문이다. 이는 목표가 오직 1등이어야 하는, 그 목표를 위해 다른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팀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밖에서 보면 배부른 투정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배가 부른 것도 투정의 대상일 수 있다. 특히 최 감독은 매년 많은 선수가 나가고 들어오면서 자신이 꿈꾸는 축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크게 요동친 스쿼드를 다잡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야 해서다. ‘닥공’으로 대변되는 최 감독만의 축구 철학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강호가 된 전북을 이끌고 있기에, 모든 목표는 축구 철학 창조가 아닌 우승이다.

감독이 클럽 팀을 지휘할 때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원하는 팀을 만들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화려하고 명예롭지만, 모든 방향이 승리와 목표 달성에만 맞춰져 있어 지도자가 원하는 팀을 만들기 어렵다. 최 감독도 비슷한 심경이지 싶다. 전북이란 K리그 클래식 대표 강호를 이끌고 있는 건 큰 행복이지만, 많은 이가 그 행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하는 건 기쁨보단 고통에 가깝다.

최 감독은 2016년에도 지난 수년 동안과 마찬가지로 전북을 우승하는 팀으로 만들려 한다. K리그 클래식은 물론 숙원이 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자신과 팀을 다그치고 또 다그치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최 감독은 기쁘지 않을 듯싶다. 심지어 외로울 듯하다. 가장 선두에서 무리를 이끄는 이의 고뇌와 외로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무게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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