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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잘릴 뻔했던 최강희는 어떻게 최장수 감독이 됐나
관리자 02/15/2016

최강희 감독이 전북과 2020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했다. 최단명 감독이 될 뻔했던 과거를 딛고 최장수 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한 팀에서만 10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K리그 감독이 있다. '파리목숨' '모기목숨'이라는 표현까지 나도는 한국 프로축구계의 풍토에서 흔치 않은 케이스다. 아니 유례가 없었다. 이미 단일팀 최장수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김정남 OB축구회 회장이 감독 시절, 2000년 8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8년 4개월 동안 울산현대를 이끌었던 것이 가장 길었다. 현역 때 김정남 감독과 함께 멋진 콤비로 명성을 떨쳤던 김호 감독은 수원삼성의 창단과정부터 관여, 1996년 데뷔시즌부터 2003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요컨대 한국 축구의 레전드급 인물들도 10년을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여름, 시즌 중간에 성적부진으로 쫓겨난 전임 감독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어느 정도 '임시' 느낌이 있었던 한 지도자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봉동이장'의 푸근함과 '강희대제'의 대인배 기질을 겸비한 야누스 지도자 최강희 감독이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현대는 14일 "K리그 최다 우승을 달성한 '명장' 최강희 감독과 2020년까지 함께 한다. 국내 최고 대우로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만약 최 감독이 탈 없이 자리를 지킨다면, 무려 15년 넘게 전북을 이끄는 장수(長壽) 지도자로 역사에 남게 된다.

부임 초창기를 생각한다면 믿기 힘든 일이다. 최강희 감독은 과거 "사실 난 K리그 역사상 최단명 감독이 될 뻔했다"고 고백했다. 추락하는 팀의 재건을 맡겼는데 부임한 뒤 첫 3경기에서 모두 패했으니 팬들의 실망은 분노로 향했다. 최종 결과도 좋지 않았다.

2005년 전북의 후기리그 성적은 2승3무7패로 전체 12위였다. 3무9패의 부산이 아니었으면 꼴지가 될 뻔했고 전임 감독 경질의 가장 큰 이유였던 순위(11위)보다도 못했다. 만약 그해 FA컵을 우승하지 못했다면 최 감독의 이력은 5개월 이내에서 정리됐을지 모른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다 내려놓았다. 그러니 달라졌다.

여기서의 내려놓음은 어차피 잘릴 것이니 대충하자는 뜻이 아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쏟아내자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그저 감독직을 유지하기 위해, 몇몇 경기를 지지 않으려 아등바등 거리는 것을 포기하고 제대로 붙어보려 노력했다. 선수들을 독려했다. 최 감독의 즐겨 쓰는 표현으로, '애절함'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다 안 되면 진짜 그만두면 된다는 생각으로 구단 눈치도 보지 않았다.

필요한 선수는 과감하게 요구했다. 성적을 내겠으니 투자해달라는 과감한 요구였는데, 소위 '목숨'이 두려웠다면 쉽지 않은 당당함이었다. 요구대로 선수를 사줬는데 합당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질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강희의 승부수는 통했다. FA컵 우승으로 출전권을 얻은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은 놀랍게도 정상에 오른다. '강희대제'라는 수식어를 받게 된 배경이다.

일단 구단에서 지켜볼만한 뿌리내리기에 성공한 최강희 감독은 이후 소신에 날개를 달았다. 필요할 땐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불필요할 땐 입을 닫았다. 전자는 구단이나 외부의 목소리와 싸워야할 때, 후자는 선수들을 다룰 때 주로 나왔다.

우승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필요한 포지션 보강을 위해서는 매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3연패에 도전하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최강희 감독은 "올해는 구단에 확실하게 들이댈 생각"이라는 말로 필요한 선수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스스로를 또 옥죄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높아진 안팎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선수들과 자신의 사이는 여전히 '신뢰'로만 묶어두고 있다. 최 감독은 언젠가 "개인적으로 리더들과 관련된 책을 많이 보는데, 개개인마다 뭔가 독특한 스타일과 철학이 있다. 하지만 결국 공통점은 믿음"이라고 했다. "참 잘한다, 왜 그렇게 못하냐, 이런 이야기가 많은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믿으면, 그대로 맡기면 된다"는 철학의 소유자다.

최강희 감독도 자신이 말한 '독특한 스타일과 철학'을 갖춘 리더 반열에 올라도 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미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고 그 발자국은 앞으로 5년 더 찍힐 예정이다. 5개월에서 그칠 수 있었던 감독이 15년 장수 감독을 예약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그에게 15년을 맡긴 전북현대의 결정도 흔치 않은 일인 것은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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