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아쉬웠으나 강렬했던 김정우 ‘찬물 4종 세트’
- 관리자 03/13/2013
전북의 중앙미드필더 김정우가 자신의 부활을 알리는 멋진 중거리포를 가동했다. 비록 승리를 견인하지는 못했으나 김정우의 ‘찬물 4종 세트’는 큰 의미가 있었다. 사진(전주)= 김현민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통뼈’ 김정우가 뿌린 찬물 세례 한방이 성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상대에게는 악영향을, 전북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끼친 기막힌 타이밍의 찬물이었다. 아쉬운 것은, 이 한방이 전주성을 절반만 적셨다는 것이다.
전북이 1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조별예선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27분 터진 김정우의 선제골로 앞서 갔으나 후반 19분 무리끼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승점 1점에 만족해야했다.
시작부터 광저우의 공격이 거셌던 경기다. 냉정하게 볼 때, 초반 분위기는 숫제 광저우가 주도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평가다. 원정 서포터석을 가득 채우다시피 했던 광저우 팬들의 응원 소리부터 무리끼와 콘카, 가오린과 정쯔 등이 주도했던 광저우의 플레이는 전북보다 적극적이었고 또 위협적이었다.
광저우의 공격은 전북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이나 최은성 골키퍼까지 가서야 정리되는 경우가 많았고, 전북의 공격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맥이 끊기기 일쑤였다. 상대의 압박 강도는 전북 선수들의 예상보다 거셌다. 광저우는 공격을 주도하면서도 전방 프레싱을 펼쳤고 전체적인 플레이는 주로 전북 진영에서 펼쳐졌다. 볼을 빼앗기면 곧바로 위험한 장면에 노출됐던 이유다.
그렇게 전반 25분까지 끌려갔다. 끌려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일방적인 광저우의 우세였다. 때문에 전반 27분 김정우의 중거리포 득점은 어떤 수식으로도 설명키 어려울 정도로 값졌다.
광저우 지역 왼쪽에서 박원재의 패스를 받은 김정우의 트래핑이 약간 길었다. 슈팅 타이밍도 늦었고 상대 수비도 이미 김정우의 앞을 가로 막았다. 하지만 김정우는 수비를 앞에 둔 상태에서 반대편 포스트를 향해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상대 골키퍼의 손을 피해 오른편 골포스트를 맞고 안으로 꺾어져 들어갔다. 분위기 반전이었다.
앞선 시간까지 마치 자신들의 안방인양 신바람을 내던 광저우 서포터들은 일순 찬물이라도 맞은 듯 정지상태가 됐다. 광저우 선수들 역시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던 몸이 식어버렸다. 그리고 전북 선수들도 그 찬물의 영향을 받았다. 사실상 당황한 모습까지 보였던 전북 선수들은 김정우의 찬물을 맞으면서 비로소 정신을 차렸으니 여러모로 값졌다.
김정우 개인적으로도 뜻 깊은 의미를 지닌 골이었다. 김정우라는 선수의 가치를 다시금 팬들에게 알리는 신호탄 같았다. 실상 지난 시즌은 김정우에게 잊고 싶은 한해다. FA 최고 몸값을 받고 전북에 입단했으나 기대와 달리 도드라진 활약상을 선보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시즌 내내 몸을 괴롭혔던 부상 탓이다. 수비수들이 줄 부상을 당하면서 여러 포지션을 오가야했던 팀 사정도 가뜩이나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던 김정우를 괴롭혔다.
이런 악재 속에서 섬세한 성격의 김정우는 좀처럼 베스트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게 통으로 2012년을 보냈고, 김정우의 부진 속에 전북도 리그 정상 자리를 FC서울에 내줘야했다. 김정우로서는 잊고 싶은 한해였을 것이다.
때문에 지난 동계훈련동안 절치부심했던 김정우다. 새 시즌을 앞두고 김정우는 “다른 것은 몰라도 몸은 아프지 않다”면서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리고 파비오 감독은 “김정우의 포지션은 무조건 중앙미드필더”라는 말로 불필요한 혼란을 주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요컨대 지난해와는 달리 안정적인 조건들은 마련된 김정우다. 섬세한 플레이어 김정우에게는 중요한 요건이었다. 그리고 이런 심적 배경은 필드에서 이미 긍정적인 모습으로 드러났다.
지난 9일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도 김정우의 플레이는 호평을 받았다. 새로운 파트너 정혁이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중원을 커버하자 김정우는 프리롤처럼 편하게 장점을 살려나갔다. 요소요소 길목을 차단했으며 모든 공격의 단초를 마련하는 패싱력도 살아났다. 해당경기 결승골이었던 후반전 박희도의 득점장면 역시 김정우의 스루패스 한방이 울산 수비진을 무너뜨린 공을 빼놓을 수 없다.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김정우의 흐름을 감안했을 때 광저우전 중거리슈팅은 더 큰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방점 같은 느낌이었다. 잠자던 자신도 깨우던 찬물 같은 골이었다. 상대도, 상대 서포터도 그리고 동료들과 자신도 깨웠던 김정우의 ‘찬물 4종 세트’였다. 득점을 제외하더라도 공격의 시발점이자 수비의 거름종이로 종횡무진 필드를 누비던 김정우의 플레이는 돋보였다.
비록 이 골이 팀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결승골이 되지는 못했으나 90분 내내 매섭게 몰아쳤던 광저우의 공격력과 예상보다 강했던 상대의 힘에 고전하는 인상이 역력했던 전북의 플레이를 감안한다면 자체만으로도 박수가 아깝지 않은 포인트다. 아쉬웠으나 강렬했다. 확실히 살아난 김정우라는 플레이메이커의 역량을 확인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경기다.
2013-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