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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했던 우라와, 김정우 앞에서 막히다
관리자 04/10/2013

단초는 에닝요의 만회골이었고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는 서상민이 받았지만 극적인 무승부의 숨은 공신은 김정우다. 집요했던 우라와가 김정우 앞에서 막혔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전북의 아킬레스건을 상대가 정확하게 파악했고 그곳을 집요하게 공략했던 우라와 레즈의 선택은 적중했다. 아픈 곳을 공략 당하면서 전북은 전체적으로 흔들렸고 결국 이것이 어려운 경기의 빌미로 작용했다.

‘미니 한일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9일 전북과 우라와 레즈의 ACL 조별예선 4라운드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홈에서의 승리를 통해 16강행을 결정짓고 싶었던 전북의 경기 전 계획을 생각하면 ‘실패’지만, 전반에 2골을 내준 뒤 후반 5분 에닝요의 만회골과 종료 직전 터진 서상민의 동점골이라는 내용을 감안하면 극적인 ‘성공’이었다. 어려운 승부였다.

시쳇말로 시작부터 꼬였던 경기다. 전반 2분 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고 불과 5분 뒤 오른쪽 라인이 완벽하게 뚫리면서 또 한골을 내줬다. 7분 만에 2골을 내줬으니 허망했다. 경기 후 파비오 전북 감독도 “예상치 못한 시간에 2골을 잃으면서 전술변화가 불가피했다. 나도 당황스러웠다. 홈경기고 반드시 승점을 따내야했기에 위험해도 공격적인 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힘든 경기였음을 고백했다.

코너킥 실점이야 그야말로 ‘변수’였으나 실상 2번째 실점은 우라와의 준비된 공략법이었다. 전북의 오른쪽 측면은 약점이었다. 우측 풀백자원인 전광환과 이규로가 모두 부상으로 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정혁과 서상민이 고육책으로 막고 있었으니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때문에 우라와는 노골적으로 왼쪽 미드필더 우가진 쪽으로 공격루트를 집중했다. 중앙 미드필더 가시와기와 전방 공격수 고로키도 아예 왼쪽으로 치우쳐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왼쪽으로 치우친 스리톱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두 번째 골이라는 결실을 비롯해 우라와는 전반 내내 전북의 오른쪽 측면을 노렸다.

전반 30분을 전후로는 정혁과 서상민이 자리를 바꾸었다. 정혁의 심리적인 위축을 풀어주기 위한 파비오 감독의 배려였다. 우가진을 앞세운 우라와의 공격은 정혁을 심히 괴롭혔다. 하지만 자리를 바꾼 서상민 역시 괴롭긴 마찬가지였다. 전반 41분 우가진이 서상민의 마크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올린 크로스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면 전북의 짜릿한 무승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반 들어 반전 드라마가 써졌다. 겉으로 드러난 단초는 후반 5분 에닝요의 동점골이었으나 실상 숨은 공신은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의 투입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필드를 밟은 김정우는 적극적으로 허리 진영을 아우르면서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전북이 경기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뒤지고 있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해 거의 모든 공격수들이 총공세를 펼쳤음에도 전반과 달리 전북의 측면이 뚫리지 않았던 것은 김정우의 희생이 있었던 까닭이다.

방대하게 움직이던 김정우의 모습을 보면서 왜 스타팅이 아니었을까 아쉬움이 있었는데, 사실 더 답답했던 것은 파비오 감독이었다. 파비오 감독은 경기 후 “전반부터 김정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감기몸살로 최근 운동을 하지 못했다. 만약 김정우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어서 전반부터 투입할 수 있었다면 이처럼 어려운 경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로 아쉬움과 함께 김정우의 가세가 흐름을 바꿔 놓았음을 에둘러 전했다.

워낙 공격에 집중했기에 3~4차례 치명적인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전반처럼 측면이 괴롭힘 당하지는 않았다. 우라와의 집요함을 앞 선에서 막아준 김정우의 공이 크다. 자신들이 적절하게 공략하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우라와는 결국 다 잡은 승리를 무승부로 마쳐야했다. 내내 고생하다 동점골을 터뜨린 서상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문제될 것 없으나, 숨은 영웅 김정우의 공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시즌 ‘FA 대어’로 전북의 유니폼을 입었으나 부상으로 인해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우를 향한 전북 코칭스태프의 신뢰는 흔들림이 없었다. 왜 김정우인지,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던 우라와전이다.

[lastuncle@maekyung.com]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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