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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형, 걱정 마”… 3년 만에 골문에 선 이범수
관리자 08/13/2015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12일 저녁, 이범영(부산아이파크)과 이범수(서울이랜드FC)는 각각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의 최강 공격수들을 상대로 골문을 지켰다.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형 못지않은 유망주라던 이범수가 약 3년 만에 경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범수는 2010년 전북현대에 입단했다. 부산아이파크 소속이던 이범영과 함께 K리그 최초 형제 골키퍼로 화제를 모았다. 그해 올림픽대표팀 훈련에 함께 선발되기도 했다. 이범영은 “범수가 나보다 재능이 낫다”고 동생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 뒤로 둘은 다른 길을 걸었다. 이범영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4 브라질월드컵' 참가를 통해 탄탄대로를 걸었다. 이범수는 전북현대에서 5년간 4경기 출장에 그쳤다. 뒤를 돌아보자 어느덧 둘의 거리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이범수는 형이 활약하는 것을 보며 한때 열등감을 갖기도 했다.

올해 이범수는 서울이랜드로 이적하며 재기를 모색했다. 그러나 뒤이어 김영광이 영입됐고, 이범수는 또 후보로 밀렸다. 김영광이 영입되던 날 마틴 레니 감독은 이범수에게 “너와 똑같은 입장의 선수가 오는 거다. 프리 시즌 잘 준비하면 너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험과 기량의 차이가 컸다. “영광이 형은 너무 잘 해요. 세이브 능력은 지금도 한국 최고에요. 제가 범접할 수가 없더라고요.”

기회는 갑자기 왔다. 지난 8일 김영광이 퇴장당하며 이후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엔트리에 들지 못해 평소처럼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이범수는 다음 경기부터 출장해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그 순간 두 경기를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긴장하진 않았습니다. 감독님, (김)재성이 형, (조)원희 형, (김)영광이 형 모두 제게 부담을 주지 않았어요. 재성이 형은 ‘하던대로만 해’라고 했고, 영광이 형은 노하우를 전수해 줬죠. 믿어준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가장 안절부절 못한 사람은 형이었다. 이 형제는 평소 문자나 전화뿐 아니라 화상통화까지 하는 사이다. 이범영은 이범수의 출장 이틀 전부터 계속 연락을 해서 ‘나는 이렇게 준비한다’ ‘잘해라’ 등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이범수가 원정 경기를 위해 버스를 타는 순간까지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인드컨트롤을 하라’며 건즈앤로지즈의 ‘웰컴 투 더 정글’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범수는 “형, 걱정 좀 하지 마. 내가 애도 아니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는 “사실은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12일 저녁 상주상무와의 원정 경기에 나선 이범수는 팀이 밀리는 가운데서도 한 골 실점으로 경기를 마쳐 1-1 무승부에 일조했다. 이범수는 실점 장면도 막을 수 있었다며 아까워했다. “제 선방으로 코너킥이 된 거거든요. 그때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코너킥도 잘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조동건 선수의 슛을 한 번 막고 다시 공을 보니까 (임)상협이 형이 바로 앞에 있더라고요. 그건 못 막았죠. 경기 끝나고 물어보니까 상협이 형이 잘못 찼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의도한대로 찼으면 그것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이범수는 지난 5년에 이어 이번 시즌도 대부분 김영광의 백업 골키퍼로서 보낼 전망이다. 마냥 정체된 시간처럼 보이지만 그는 배운 것도 있다고 말했다. 최은성(현 전북 골키퍼 코치)의 지독한 자기관리와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어깨너머로 배웠고, 한때 최은성에게 밀려 있던 권순태가 기어코 전북의 주전으로 도약하는 것을 보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마음가짐을 알게 됐다. 서울이랜드에선 레니 감독과 김영광의 격려 덕분에 조바심을 버렸다. 전북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다 4경기 12실점을 당했던 시절과 달라졌다는 것이 이범수의 말이다.

지금 이범수의 과제는 16일 부천FC 원정 경기까지 서울이랜드의 골문을 지키는 것이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 이제 올라갈 때도 됐죠. 저도 형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직 저에겐 기회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계속 노력하다보면 형을 따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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