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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전북 현대 시절 이처럼 위협적 선수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광저우 에버그란데 미드필더 황보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성남 FC와 맞대결에서도 놀라운 득점을 만들어내서인지 페널티박스 인근에서는 정말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시와전에서도 원더골을 만들어내며 절정의 컨디션을 뽐냈다.
광저우가 15일 밤 9시(한국시각)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가시와에 1-1로 비겼다. 광저우는 전반 12분 가시와 공격수 크리스티아누에게 선제 실점했으나 전반 30분 황보원의 골로 가시와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 1차전에서 거둔 3-1 승리 덕에 종합 스코어 4-2로 대회 준결승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황보원은 전북 시절에도 중원에서 뛰어난 장악 능력과 킥 능력이 장기인 선수였다. 확고한 주전으로 뛰진 못했어도 출전할 때마다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 전북 팬들에게 박수를 받았던 선수였다. 그러나 그땐 상대에 치명상을 입힐 만치 위협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저 중원을 지키는 한 축으로서 성실하다는 느낌 그 이상은 들지 않았던 선수다.
하지만 2015시즌 광저우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황보원은 다른 느낌이 든다. 대단히 전투적이고, 공격적이다. 그리고 과감한 플레이로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하는 골을 곧잘 만들어내며 경기 분위기를 바꾼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성남 FC와 원정 경기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중거리 슈팅 골을 만들어내기도 한국 팬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런 상승세가 지금도 이어지는 듯하다.
가시와 전에서도 ‘원더골’을 만들어냈다. 흐름이 썩 좋지 않았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서 1-3으로 참패하면서 준결승을 위해서는 공세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가시와가 의욕적으로 덤벼드는 탓에 광저우 처지에서는 경기 초반이 꽤나 껄끄러웠다. 전반 12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가시와 공격수 크리스티아누에게 실점하기까지 했다. 이른 시간대에 내준 실점이라 광저우 처지에서는 다소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황보원이 이 좋지 못한 흐름을 일순간에 바꿨다. 전반 30분 정쯔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왼발 발리 슈팅으로 그대로 가시와 골문 구석을 공략했다. 정쯔에게서 올라온 크로스가 너무 자유로웠던 감이 있으나, 보통 그 상황에서는 볼을 잡아 다음 플레이로 전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황보원은 볼 컨트롤은 필요없다는 듯 대단히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발리 슈팅으로 가시와 골망을 흔든 것이다.
지난 성남전에서도 그랬지만 황보원은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잡는 슈팅 찬스에 대단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적중률이 대단히 높은 필살기같은 느낌마저 줄 정도로 위협적이다. 단판 승부에서는 이런 한방이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전북 현대가 준결승에 올라간다면 이런 황보원의 장기를 사전에 막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거의 인연 탓에 진일보한 황보원의 모습이 반갑긴 하지만, 그 모습을 맞대결에서는 보고 싶진 않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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