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inho Oliveira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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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인터뷰] 에닝요, “귀화 실패 후 한국 원망하지 않았다”
관리자 07/26/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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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취재팀= K리그는 또 한명의 특급 선수와 작별한다. 에니우 올리베이라 주니오르. 에닝요라는 이름이 익숙한 그는 K리그 214경기 출전 80골 64도움, 두 차례의 K리그 우승, 베스트11 선정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중국으로 떠난다. 그의 소속팀 전북현대는 21일 에닝요가 중국 슈퍼리그의 장춘 야타이로 이적했다고 밝혔다. 전북과의 계약 만료를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2003년 에니오라는 이름으로 수원삼성에 입단했지만 어린 나이에 경험한 첫 해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브라질로 돌아갔던 그는 2007년 에닝요라는 새 등록명으로 대구FC에 입단하며 돌아왔다. 브라질에서 경험을 쌓고 전성기를 맞은 상태로 다시 한국 무대에 도전하는 에닝요는 킥이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앞세워 K리그를 압도했다. 2009년엔 전북으로 이적했고 그 뒤 4년 6개월 간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을 수 있는 활약을 펼쳤다. 전북을 상대로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파울을 범하는 것은 절반의 실점이나 다름 없었다. 에닝요가 프리킥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제 녹색 유니폼을 입은 에닝요는 볼 수 없다. 그는 한국 생활을 정리하는 중이다. 23일 에닝요는 전주의 한 카페에서 자신을 아꼈던 전북 팬들과 송별회를 가졌다. 외국인 선수를 보내기 위해 수백명의 팬이 모이는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풋볼리스트’는 지난 6월 에닝요와 가졌던 인터뷰를 뒤늦게 공개한다. 그 시점에 이적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그는 “어떤 돈보다 더 전북을 사랑하기 때문에 남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었다. 에닝요가 K리그에 남기고 간 역사에 대한 술회이기도 하다.

바네사 올리베이라-에닝요의 아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부모님끼리 알고 지낸 사이여서 어려서부터 자주 만났는데 그 뒤에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졌다. 사실 바네사를 처음 만났을 때 다른 여자와 교제 중이었다. 그런데 바네사를 보고는 그 여자와 헤어졌다.(웃음)”

발렌치냐 올리베이라-에닝요의 외동딸.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귀염둥이.
“나의 인생이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다. 동생도 낳으려고 계획 중이다. 발렌치냐가 전북 팬들에게 나 만큼 인기 있는 걸 안다. (Q. 한국엔 어린이날이란 게 있는데 특별히 선물을 해줬나?) 매일 선물을 사주기 때문에 그건 의미가 없다.(웃음) 그날 서울과 경기가 있었는데 아빠랑 손을 잡고 입장해서 같이 사진 찍은 게 특별한 선물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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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축구선수 에닝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에닝요는 K리그 프리킥 최다골 보유자다.
“태어날 때 하느님에게 받은 선물. 설령 줄리우 세자르(브라질 국가대표 골키퍼, QPR 소속)가 막는다고 해도 넣을 자신이 있다.”

최강희-전북현대의 감독. 2009년 에닝요를 대구FC에서 데려와 전성기를 열어줬다.
'한국의 아버지. 친아버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내가 한국에서 성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줬다. 다른 감독과 달리 선수들을 자신의 아들처럼 대해준다. 각 선수마다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런 마음을 겉으로도 잘 표현 해 준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동기부여에 정말 중요한 요소다.'

이동국-2009년 함께 전북에 입단해 멋진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그라운드 위에서 최고의 파트너. 적어도 축구장에서는 아내보다 더 잘 통하는 사람이다. 기량 면에서 최고다. 아시아에 그보다 더 나은 공격수는 없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았단 얘기를 들었지만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이동국은 이미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완장이 없어도 주장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완장을 차니까 경기력이 더 좋아진 거 같다. 앞으로 매년 완장을 채워줘야 할 거 같다.(웃음)'

김상식-전북의 베테랑. 외국인 선수들도 잘 이끈다.
'김상식은 큰 리더다. 크고 오래 된 나무와 같은 사람. 말이 안 통해도 그가 좋은 사람인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루이스-전북에서 3년 6개월을 함께 했다. 브라질 출신으로 둘이 가장 잘 통했다.
'루이스의 빈 자리를 자주 느낀다. 이해심이 많은 바다 같은 남자였다. 늘 보고 싶다. 루이스가 맥주를 좋아하는 데 나는 술을 못해서 같이 마셔주지 못해 미안했다.'

데몰리션-K리그 최고의 콤비. 이동국-에닝요 콤비와 비교된다.
'데얀과 몰리나 둘 다 훌륭한 선수다. 인성도 좋다. 몰리나와는 자주 연락하는 편이다. 기회가 된다면 셋이 같은 팀으로 뛸 수 있을까라는 상상도 해 봤다. 올스타전에서 가능할 거 같았는데 셋이 같이 뽑히지 않아 기회가 안 왔다. 물론 나와 이동국이 데몰리션보다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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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오그네프스키-호주 국가대표 수비수로 전 성남 주장. 에닝요와 사샤는 수 차례 충돌했다. 경기 전 서로 악수도 나누지 않았다.
'사샤도, 나도 경기장에서는 이기려는 승부욕이 강했다. 나는 내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는 팀을 상대로도 이기려고 한다. 그런 문제로 인해 서로 다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사샤가 K리그를 떠나기 전 마지막 경기를 하고 나서 둘이 따로 만나 얘길 했다. “두 사람 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이렇게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 발렌치냐가 태어나고는 나도 운동장에서 그런 모습을 컨트롤하려고 한다. '

네이마르-브라질의 차기 축구황제. 새 시즌부터 바르셀로나에서 뛴다.
'최고의 능력을 지닌 선수. 이제 유럽으로 가니까 자신의 축구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브라질에서만 축구 하기엔 아까운 재능이었다.'

귀화-에닝요는 외국인으로서 최초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뻔 했다. 2012년 초 적극 추진됐지만 여론의 반대와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귀화에 실패했다.
'귀화 얘기가 나왔을 때 정말 한국인이 되고 싶었다. 가능하면 국가대표도 하고 싶었다.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슴은 아프지만 나쁜 감정은 없다. 안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되돌려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어쨌든 나는 축구를 계속 해야 한다. 잘못한 건 나다.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더 능통하게 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내 옆에는 늘 포르투갈어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런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귀화 얘기가 나왔을 때 생각한 건 하나였다.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었다. 운동장에서 보여주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국어를 못하는 내 모습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왜 내 마음을 못 알아주나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내 잘못이었고 준비가 부족했다. 한국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다.'

이적-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맹활약 이후 에닝요에 대한 아시아 내 다른 클럽의 관심은 높았다. 결국 에닝요는 2013년 여름 K리그를 떠나 중국 슈퍼리그로 가게 됐다.
'올해로 전북과의 계약이 끝난다. 내 몸은 아직 몇 년 더 축구를 할 수 있다. 전북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 얘길 못 들었다. 팬들이 이곳에서 마무리 해주 길 원하는 걸 안다. 주어진 시간 동안 전북에 애착을 갖고 헌신하면 계속 여기서 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질 것이다. (Q. 중동이나 중국 무대에서 뛰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나?) 항상 다른 팀에서 오퍼가 왔다. 그렇지만 한번도 단장님을 찾아가서 전북보다 연봉을 많이 주는 팀으로 보내달라고 억지를 쓴 적이 없다. 전북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도 없다. 전북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다른 팀에서 주겠다고 한 돈보다 컸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K리그 다른 팀에서도 오퍼가 왔는데 안 가겠다고 했다. 돈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이라는 것을 언젠가부터 느끼게 됐다.'

한옥마을-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전주의 명소
'듣기만 했지 아직 가 보지 못했다. 아내는 가 봤다고 한다.'

알 사드-2011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좌절시킨 상대
'내가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기 전까지 절대 잊을 수 없는 팀이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지금 현재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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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에닝요의 조국에서 다시 열리는 월드컵. 그의 고향인 포르투알레그리에서도 경기가 열린다.
'운이 좋았다면 그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을까? 기대가 큰 대회다. 다른 월드컵보다 훨씬 더 멋있는 월드컵이 될 거다. 우승은, 브라질이 할 것 같다!'

젠틀맨-싸이가 강남스타일에 이어 내 놓은 노래. 복귀 후 골을 넣고 한 세리머니
'나? (웃음)'

태극기-한때 그의 축구화에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예의와 예절. 태극기를 보면 늘 떠올리게 된다. (Q. 귀화 논란이 있을 때 축구화에 태극기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라졌다.) 그때 축구화에 태극기를 새긴 건 귀화를 염두에 두고 보여주기 위한 제스쳐가 아니었다. 한국에 온 지 오래 됐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브라질 국기와 함께 축구화에 새긴 것이었다.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는 한국 사람들 때문에 축구화에서 태극기도 브라질 국기도 없앴다. 대신 아내와 딸 이름을 새겼다. 내 마음을 확인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려는 생각 때문에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전북현대-K리그에서 그가 뛴 세번째 팀이자 아마도 마지막 팀?
'나의 축구를 인정하고 꽃 피게 해 준 고마운 팀. 나에게 한국은 곧 전주다.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나이가 들어도 절대 잊지 못할 곳이다. 전북 팬들에게 고맙다. 그들이 보여 준 뜨거운 열정이 나를 더 열심히 뛰게 만들었다. 전북 팬들은 최고의 서포터다.'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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