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io Lefun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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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파비오 대행 운영의 묘 더 돋보여
관리자 05/10/2013

◇이승기가 서울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
전북과 FC서울, K-리그 양대산맥의 빅뱅으로 어린이 날이 뜨거웠다.

주인공은 전북이었다. 체력적, 수적 열세를 넘고 서울을 요리했다. 안방에서 1대0으로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징크스가 깨졌다. 전북은 2010년 8월 25일 이후 서울전 7경기 연속 무승의 늪(3무4패)에 빠져 있었다. 그 사슬을 끊었다.
두 사령탑은 신분이 다르다. 대행을 거친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지난해 꼬리표를 뗐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시한부 사령탑이다. 벤치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렸다. 파비오 대행의 경기 운영이 더 돋보인 한 판이었다.

▶유리한 서울, 불리한 전북

서울은 원정 부담 외에 모든 면에서 유리했다. 전북은 체력적인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광저우 헝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 후 2일 귀국했다. 1일 광저우전(0대0 무)에선 총력전을 펼친 끝에 16강에 진출했다. 수중전이라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이었다. 반면 서울은 같은날 태국의 부리람(2대2 무)과 홈에서 격돌했지만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어 사실상 2군을 투입했다.

설상가상, 전북은 김정우와 정인환이 부상해 서울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파비우 대행은 '어제 훈련을 하다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일단 분위기를 타면 힘든 점도 잊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면 서울은 여유가 있었다. 고명진이 경고 누적으로 제외됐을 뿐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너무 조심스러웠다.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전술 변화도 수비적이었다. 아디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렸다. 그는 '이동국을 잡아야 한다. 동국이에게 가는 길목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노련한 아디를 중앙에 세웠다'고 설명했다.

▶골결정력의 희비

볼점유율 62대38, 서울의 압도적인 경기였다. 전반 27분, 전북 수비수는 한 명 뿐이었다. 에스쿠데로, 몰리나, 데얀이 적진을 향해 함께 돌진했다. 에스쿠데로의 패스는 몰리나를 거쳐 데얀에게 연결됐다. 그러나 최은성의 선방에 막혔다. 전북은 단 한 번의 역습 찬스를 골로 연결했다. 후반 8분 이승기가 쇄도하다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차두리를 따돌린 후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허용했지만 서울에 행운이 찾아왔다. 후반 5분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이승기는 골세리머니를 하다 유니폼을 머리까지 들어올려 또 다시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의 서울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15분 고요한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하지만 서울은 전북의 밀집수비에 걸려 끝내 동점골을 터트리지 못했다. 최 감독은 '빠른 템포로 경기를 못 풀어간 것에 문제가 있었다.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좀 더 침착했어야 했다. 선수들이 너무 조급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 부분이 아쉽다. 상대의 밀집수비에도 찬스가 1~2개 있었지만 그 것을 못살렸다'라며 한 숨을 쉬었다. 반면 파비오 대행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선수들이 영리했다. 이승기가 골을 넣고 퇴장을 당했을 때 선수들이 알아서 시스템에 변형을 줬다. 내 생각을 읽었다. 말하지 않아도 조직력이 만들어져 있었다. 영리한 선수들이 많으면 이해력이 빠르다. 영리함과 임기응변이 승패를 갈랐다'고 설명했다.

▶교체 카드의 명암

최 감독은 0-1로 뒤지자 2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17분 차두리 대신 윤일록, 후반 31분 에스쿠데로를 빼고 김현성을 투입했다. 파비오 대행은 후반 19분 서상민, 30분 에닝요, 48분 이동국을 차례로 뺐다. 서울은 동점골, 전북은 한 골을 지키기 위해서다.

파비오 대행은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특급 조커 레오나르도와 케빈을 끝까지 아꼈다.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한 골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 감독은 최태욱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는 '상대는 측면 플레이에 능한 팀이다. 거기에 실점을 했고 실점 이후에 정상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어야 됐는데 선수 교체에 판단 미스를 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 파비오 대행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하나가 돼 실점을 하지 않았다. 서울전에는 항상 퇴장이 나왔다. 다음부터 서울과 경기를 할 때는 선수를 한 명 빼고 훈련시켜야 할 것 같다'며 여유를 부렸다.

그라운드는 전장이다. 전쟁은 승자의 역사다. 파비오 대행이 그 역사를 썼다.
전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201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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