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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황선홍이 아드리아노에게 '욕심 내, 대신 침착하게'
관리자 11/03/2016

FC서울의 우승과 아드리아노의 득점왕 여부가 마지막 1경기에 달렸다. 황선홍 감독은 아드리아노에게 '냉정한 욕심'을 원하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역전 우승을 노리는 정규리그 2위 팀이 마지막 2경기를 남겨 두고 있었다. 특히 최종전은 토너먼트 대회의 결승전처럼 자신들이 넘어서야할 1위와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처럼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6라운드를 앞둔 FC서울의 상황이었다.

그렇게 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그 팀의 간판 공격수는 개인득점 레이스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선두와는 단 1골차이(2일 기준). 팀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정이지만 자신도 '개인상의 꽃'이라 불리는 득점왕 등극이 가능한 시점이라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FC서울의 스트라이커 아드리아노가 처한 상황이었다.

이럴 때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은 그 공격수에게 어떤 주문을 내릴까. 팀 승리를 위해 욕심을 버리라고 할까, 아니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보다 강한 주문을 내릴까.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3번째 보기를 택했다.

이 같은 질문에 황 감독은 "욕심을 내라고 한다. 득점왕에 도전하라고 말한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어 "나도 공격수를 해봤기 때문에 욕심이 나는 아드리아노의 마음을 알고 있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팀에 긍정적인 면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박수를 보내면서 "골을 넣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많이 움직이라고 주문했다"는 뜻을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고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했던 골잡이다.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최용수 감독은 "나도 현역 때 욕심이 많았으나 (황)선홍이 형은 더 대단했다"고 인정할 정도다. 황 감독의 '골잡이론'은 여전히 유요하다.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공격수들을 가장 크게 나무란다.

때문에 아드리아노의 득점왕을 부추기는 그의 발언은 '건강한 욕심'을 부려서 자신도 팀도 득이 되는 방향을 만들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그의 '골 욕심'은 또 다른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냉정함이다.

황선홍 감독은 "수준차가 크지 않은 팀끼리의 대결에서는 많은 찬스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팀의 간판 공격수라면, 그 몇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해야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차가운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남전에서 아드리아노는 황 감독의 2가지 주문 중 하나만 충족시켰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에 배치된 아드리아노는 골을 넣고자 하는 욕심이 보였다. 하지만 좀처럼 결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전남의 수비가 집중된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드리아노쯤 되는 골잡이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팀은 없다.

처음 당하는 견제도 아니었을 텐데 아드리아노는 냉정함을 찾지 못했다. 자신의 실수, 동료들과의 호흡불일치가 나오자 몽니를 부리는 모습도 나왔다. 개인의 자유로움을 인정하던 황선홍 감독도 그때는 칼을 뽑았다. 황 감독은 후반 34분 아드리아노를 불러들이고 데얀을 투입시켰다.

교체되는 순간 아드리아노는 자신이 아니라는 듯 딴청을 피웠다. 벤치를 향한 일종의 불만 표출이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아드리아노의 능력을 분명 존중한다. 하지만 팀이 위험에 처했는데 개인을 생각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냉정하지 못한 욕심으로 팀에 피해를 주면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도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이제 더더욱 '냉정한 욕심'을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 FC서울은 오는 6일 마지막 1경기를 앞두고 있다. 1위 전북현대와의 원정 경기다. 승점은 같으나(67점) 다득점과 골득실에서 모두 전북에게 밀리는 서울은 무조건 승리해야 우승할 수 있다. 골이 필요하다.

득점왕을 노리는 아드리아노도 마지막 1경기가 남았다. 정조국이 1골을 더 추가해 19골이 되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렇지만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조국은 30경기에 나서 19골을 넣었고 아드리아노는 29경기서 17골이다. 두 선수가 최종전에 동시에 나온다는 전제로, 아드리아노는 동률만 되어도 득점왕에 등극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침착하게 욕심을 부릴 수 있는가의 여부다. 냉정한 결정력. FC서울의 역전 우승과 아드리아노의 역전 득점왕 등극의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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