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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초짜 권경원, 신태용의 '키'가 될 수 있을까
관리자 08/25/2017

축구국가대표 권경원이 21일 경기 파주시 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국가대표 소집훈련을 하고 있다. 2017.8.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부담백배인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8월31일),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9월5)을 위해 선발된 26명의 대표선수 중 '최초발탁'이라는 이력이 찍힌 선수는 2명이다.

한 명은 최근 K리그에서 가장 '핫'한 전북현대의 새내기 센터백 김민재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중국 톈진 취안젠 소속의 권경원이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축구의 레전드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다.

2015년 전북현대에서 UAE 알 아흘리로 이적했던 권경원은 올해 초 중국무대에 진출하며 이적료로 130억원을 받았다. 이는 손흥민이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 받은 380억원에 이어 한국인 축구선수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외부에서는 이미 가치를 인정받았던 권경원이 드디어 축구대표팀에 입성했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권경원이 뛰는 것을 보면서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다. 전북에서 직접 함께 뛰어본 김남일 코치도 '좋은 선수'라고 설명하더라"는 소개를 전한 바 있다. 추천한 당사자인 김남일 코치에서 권경원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더니, "보면 알 것"이라는 짧고 굵은 답변이 돌아왔다.

구구절절 설명은 길지 않았으나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느껴졌는데, 어쩌면 그 믿음이 출전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소집 나흘 째 훈련이 펼쳐진 24일 파주NFC. 훈련 막바지에 수비 전술 훈련이 진행됐다. 손흥민, 구자철, 황희찬 등 주요 멤버들이 합류하지 않아 '반쪽'에 그치는 공격진과 달리 수비진은 대부분 다 모였고 때문에 전체적인 호흡을 맞춰보는 정상적 훈련이 가능했다.

전경준 수석코치의 지휘아래 수비자원들이 2그룹의 포백을 만들었다. 왼쪽부터 김민우-김민재-김영권-최철순이 한 조, 김진수-김기희-김주영-고요한이 또 다른 조를 형성해 움직임을 맞춰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는 더블 볼란치 역할을 맡는 2명의 수비형MF가 위치했는데 권경원과 정우영이었다.

이들은 전 코치의 지시에 따라 가상의 상황을 마련한 뒤 호흡을 맞춰보았다. 권경원이 앞으로 나갔을 때 정우영이 뒤를 받치는 형태 혹은 그 반대 상황, 미드필드진과 포백 사이로 공이 들어갔을 때 순간적으로 2명의 미드필더와 센터백 1명이 상대 공격수를 에워싸는 형태 등을 훈련했다. 또 좌우에서 크로스가 올라올 때 수비수들과 중앙MF의 역할 분담 등도 연습했다.

톈진에서는 수비수로 뛰고 있던 권경원이 미드필드 진영으로 전진한 것은 주목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권경원은 전북과 알 아흘리 시절 수비형MF로 뛰었다. 생소한 포지션이 아니라는 뜻이다. 동시에 '현재'는 센터백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수비라인 이해도가 높고 킥 능력도 뛰어나 후방 빌드업의 적임자가 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선호하는 '포어 리베로'의 적임자라는 측면에서도 권경원을 지켜볼 필요 가 있다. 신 감독은 2016년 리우 올림픽과 지난여름 U-20 월드컵 당시 상대와 상황에 따라 '변형 스리백'을 가동했다.

리우올림픽 때 박용우나 U-20 월드컵 때 김승우처럼 중앙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 활용이 모두 가능한 선수가 때에 따라 허리진영으로 전진했다가 유사 시 센터백들 사이로 들어오면서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형태였다. '임시'로 A팀을 맡았던 지난 2014년에도 신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실험한 바 있다. 당시 FIFA 랭킹 6위에 올라 있던 강호 우루과이를 맞아 신 감독은 기성용을 센터백으로 기용했는데, 사실상 '포어 리베로'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이란전에서도 그런 형태가 가동된다면, 그 '탈착식 플레이어'는 권경원이 될 공산이 적잖다. 기성용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점에서도 권경원의 출전은 힘을 받는다. 대표팀 초짜이면서도 능글맞게 적응하고 있는 권경원이 어쩌면 벼랑 끝 승부를 펼쳐야하는 신태용호의 키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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