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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만난 권경원,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
관리자 04/03/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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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이적 직후 팀 주전을 차지했다. 아니 팀 주축 선수가 된 느낌이다. 지난 10일 정식 입단했으니 이제 꼭 열흘 지났다. 그런데 그 열흘 동안 팀이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기록했다. “꼭 필요하다”라는 코스민 올라로이우 감독의 애원은 진심이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아흘리에 입단한 권경원 얘기다.

지난 20일(한국 시각) UAE 아지만에서 열린 2014-2105 아라비안 걸프 리그 17라운드 아지만전에서 알 아흘리 소속 중앙 미드필더 권경원이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 경기에서 팀 중원을 지킨 권경원은 세련된 모습을 보이며 0-0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데뷔전에서 팀 패배를 막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은 털어내는 활약이었다.

권경원은 지난 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북 현대 소속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UAE 두바이에서 실시한 전지훈련에서 권경원의 놀라운 성장에 반했다. 최 감독은 “정말 놀랐다. 이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플레이가 성숙해 있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중원 공백이 커졌음에도 별다른 선수 영입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권경원의 폭풍 성장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폭풍 성장한 권경원의 기량은 코스민 올라로이우 알 아흘리 감독도 반하게 만들었다. 두바이에서 전북 연습 경기를 수차례 지켜본 올라로이우 감독은 전북 전지훈련이 종료되기 직전 캠프를 찾아 최 감독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권경원을 지목하며 “꼭 필요하다”라고 얘기했다. 최 감독도 “권경원만 콕 짚어 얘기했다”라고 말하며 당시 올라로이우 감독의 진정성과 간절함을 대신 전했다.

올라로이우 감독의 말에 진심이 가득했음은 권경원이 이적 후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장하고 풀타임으로 활약했다는 것으로 입증됐다. 권경원은 동료 이름도 제대로 모른 채 지난 주 열린 알 와슬전에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은 0-4로 대패했으나 이적 후 첫 경기에 나섰다는 데 의의를 둘만 했다. 권경원은 이어진 아지만전에서도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두 경기 연속 이어진 출전은 권경원이 알 아흘리에서 대단히 중요한 선수로 분류되고 있음을 추론하는 중요한 단서다. 더군다나 권경원의 포지션은 팀 공격과 수비를 연계하는 중앙 미드필더다. 팀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포지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 이름조차 못 외웠을 권경원을 중용하는 건 그의 기량에 대해 올라로이우 감독이 확신하고 있다는 증거다. 기분 좋은 일이지만 부담도 크다. 가능한 빨리 가치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경원은 지금까지 중동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케이스다. 입때껏 중동에 나간 한국 선수 대부분은 K리그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선수로 활약한 선수들이 주로 뛰었다. 그러나 권경원은 아니다. K리그 출전 경기 수도 적고 A대표팀에 뽑힌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봉까지 손에 쥐며 이적할 수 있었던 건 오롯이 기량 때문이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권경원이 가능한 빨리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알 아흘리와 3년 장계 계약을 체결한 게 안정적 보루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믿음이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권경원은 검증된 선수가 아니다. 따라서 검증된 선수들에 비해 감독이나 구단이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가능한 빨리 능력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일단은 순조롭다.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장에다 풀타임 활약이란 기록이 순풍을 만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순풍이 언제 역풍으로 바뀔지 모를 일이다. 알 아흘리에서 권경원은 엄연한 외국인 선수, 즉 ‘용병’이다. 용병이란 단어에 걸맞은 활약을 빨리 보여야만 계속 순풍을 만날 수 있다. 알 아흘리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한 권경원의 도전은 동료 이름을 다 외웠을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알 아흘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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