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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트랙] 최강희가 '핵심 선수' 권경원 보낸 이유는
관리자 04/03/2015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그리 유명한 선수는 아니지만, 권경원(23)은 올해 전북현대의 주전이 될 예정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그의 이적을 크게 아쉬워할 만하다.

권경원의 아랍에미리트(UAE) 알아흘리 이적은 11일 발표됐다. 전북 유소년 출신인 권경원은 좋은 체격과 중거리슛을 겸비한 수비형 미드필더다. 2013년 우선지명으로 입단했으나 2시즌 만에 전북을 떠났다. 이적 과정은 갑작스러웠다. 권경원 이적의 과정을 최 감독의 시선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최 감독이 밝힌 심경도 담았다.

권경원은 "갑자기 뻥" 갔다. 이적한 뒤 3일 동안은 최 감독의 마음이 허했다. 이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은 선수로 팀을 잘 구성해 리그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단은 연습 경기였다. 전북은 지난 1월 18일부터 2월 9일까지 UAE 두바이에서 훈련했다. 권경원은 훈련장에서나 연습 경기에서나 중용되며 마지막 훈련까지 소화했다. 알아흘리와의 경기에서도 권경원은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구단주인 왕자를 비롯,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이 권경원을 직접 보고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다. 마침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코스민 올라로이우 알아흘리 감독은 K리그 시절 ‘올리’로 알려져 친숙한 인물이고, 수원삼성에서 뛸 때 최강희 감독은 수원 코치였다. 올라로이우 감독은 전북이 출국하는 날 아침에 기습적으로 미팅을 요청했다. 그날 오후 1시경 이뤄진 미팅에 알아흘리 실무자들을 대동하고 와 권경원의 임대 영입을 요청했다. 최 감독은 전북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설명하고 물리쳤다. “영입하려면 제대로 돈을 주던지 해라”가 최 감독의 ‘거절 멘트’였다.

그런데 정말로 제대로 된 오퍼가 왔다. 계약 기간은 4년, 선수가 받을 연봉과 전북이 받을 이적료도 합리적인 액수였다. 그때부터 단 몇 시간에 걸쳐 최 감독이 구단과 상의했고, 선수와도 면담했고, 결국 출국하기 전에 이적시키기로 결정됐다. 구단은 선수 이적 협상의 주체로서 거부할 권리가 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만 못들은 체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선수가 큰 돈을 벌 기회를 감독이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수도 얼떨떨, 감독도 얼떨떨한 이적이었다.



특이한 이적이었다. 보통 중동에 가는 선수는 대표 출신이거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맹활약한 선수다. 가까운 예로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뒤 카타르 엘자이시로 이적한 이근호가 있다. 최 감독은 평소 ‘명예를 얻으면 돈이 따라온다. 돈을 많이 벌려면 당장 눈 앞의 돈을 따르지 말고 유명한 선수가 돼라’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런데 권경원은 갑자기 연봉이 확 뛰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함께 훈련해 온 정훈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액수였다.

최 감독은 지난해 권경원을 거의 기용하지 않으면서도 기특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후보 명단에서조차 제외된 날도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량이 늘었고, 올해는 전북의 주전이 될 기회까지 잡았다. 그런데 성실함의 대가가 엉뚱한 곳에서 전해졌다. 넉넉치 못한 형편에서 자란 권경원이 갑자기 큰 연봉을 받게 된 건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노력 덕분이었다.

권경원은 최 감독이 여러 차례 언론에 언급한, 올해 ‘전북 화제의 인물’을 맡아 놓은 선수였다. 이젠 틀어졌다. 권경원은 알아흘리 이적을 공식적으로 완료했다. 당장 금요일(13일, 현지시간) 경기에 투입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사진= 알아흘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전북현대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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