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on Kyung Won

News

[인터뷰] 권경원 “전북, ACL 결승에서 다시 만나자”
관리자 08/29/2015

썸네일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중동 구단은 한국 선수를 영입할 때 두 가지 기준을 갖고 있다. 국가대표, 혹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활약상이다. 권경원(23, 알아흘리)은 이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난 선수다. 변변한 프로 경력 없이 갑자기 중동으로 갔기 때문이다.

전북현대 유소년팀 출신 권경원은 2013, 2014년에 걸쳐 전북에서 25경기를 소화한 것이 전부였다. 최강희 감독은 그에게서 좋은 미드필더의 자질을 보고 올해 미드필드의 한 축으로 기용하리라 구상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전지훈련에서 권경원이 알아흘리의 적극적인 영입 제안을 받았다. 연습 경기에서 권경원을 직접 본 코스민 올라로이우 감독이 즉시 이적을 원했다. 결국 권경원은 귀국하지 않고 UAE에 남았다.

그 뒤로 반년이 지났다. 권경원은 이적 직후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알아흘리는 2014/2015시즌 리그 7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선수단을 대폭 강화해 우승후보의 면모를 되찾았다. 지난 26일(한국시간)에는 ACL 8강 나프트테헤란(이란)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행의 유리한 자리를 선점했다. 역시 권경원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북현대와 결승에서 만나고 싶다는 권경원에게 27일 전화를 걸었다.

-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ACL 원정 경기를 치렀다.

“처음이었다. 경기장이 거대하고, 입장하는 길부터 되게 길었다. 옛날 검투사들이 싸우러 들어가는 통로가 이렇게 생겼나 싶었다. 그때부터 여긴 전쟁하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지 팬들이 레이저를 엄청나게 쏘고, 모서리가 뾰족한 돌을 던졌다. 우리 선수 중 한 명은 돌에 맞아서 손등이 찢어졌다. 열정적인 걸 넘어 무서웠다. 꽉 차진 않았다. 3만 명 정도 입장했다더라. 그 경기장이 꽉 차면 얼마나 무서울지? 그나마 조별리그에서 트락토르사지 원정을 겪어 봐서 조금 적응이 편했다. 이란 팀 분위기는 다 비슷하다.”

10만 명을 수용하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한국 대표팀이 이란을 상대로 2무 4패에 그친 ‘지옥의 원정’으로 유명하다. 테헤란 연고 프로팀 중 에스테갈과 페르세폴리스가 아자디 스타디움을 쓰기 때문에 중동파 선수들은 종종 방문하는 곳이다. 나프트테헤란도 원래 홈구장을 떠나 아자디에서 알아흘리를 맞이했다.

- 지난 시즌엔 7위에 그친 팀이다. 올해는 좀 달라졌나.

“리그 우승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한 팀이었는데, 그로부터 6개월 뒤 내가 도착했을 땐 여러모로 교체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여기도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하더라. 주전 여럿이 군복무로 빠졌고, 외국인 선수도 교체하는 중이었다. 나도 힘들었다. 상대가 최약체라고 들었는데도 막상 경기하면 골을 못 넣어서 비기곤 했다. 점점 손발이 맞아나갔다. ACL을 잘 헤쳐온 것이 다행이다. 올해는 알아인, 알자지라, 알아흘리가 우승후보라고 들었다. 전통적인 3강이다.”

- 어느 정도 알려진 선수들이 많다. 특히 에베르톤 히베이루는 지난 6월 코파아메리카에 브라질 대표로 참가했던 선수다.

“클래스가 다르다. 엄청난 선수들이다. 함께 뛰는 게 영광이라고 느낄 때도 있다. 히베이루는 드리블을 잘 치는 전형적인 브라질 공격형 미드필더다. 벤피카에서 온 리마는 중국으로 간 아사모아 기안(상하이상강)에 이어 리그 최고가 될 수 있는 공격수다. 이들은 실력만 좋은게 아니고 몸 관리, 현지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보고 배우는 게 많다. 그런데 로컬 선수들도 좋다. 오기 전엔 이런 팀이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이 사실이지만 알아갈수록 강하다는 걸 느낀다.”

아시아쿼터 권경원과 함께 뛰는 외국인 3명은 아시아 전체에서도 스타로 꼽힌다. 브라질 현역 대표 히베이루가 가장 유명하다. 윙어 오사마 아사이디는 리버풀, 스토크시티를 거쳤다. 최근 영입된 공격수는 지난 시즌 벤피카의 주전으로 포르투갈 리그 득점 3위(19골)에 오른 히베이루 리마. ‘2015 호주아시안컵’ 득점 2위 아메드 칼릴을 비롯해 UAE의 3위 돌풍을 이끌었던 자국 선수가 여럿 뛰고 있다.

- 리그 전체를 봐도 스타 공격수가 많다.

“난 여기서 센터백으로 뛰고 있다. 기안도 대단했고, 알자지라의 미르코 부치니치라는 공격수도 대단하다. 피지컬, 기술 등 분야별 최상급의 클래스를 한 번씩 막고 있다. 그들과 부딪치다보면 나도 모르게 발전할 것 같다. 어떤 면에선 K리그에 있는 것보다 여기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선 ACL 소식을 주로 접하게 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이 ‘중동 가지 마라’는 식의 인터뷰를 하시지 않았나. 그래서 ACL이 더 욕심난다. 날 보여드려야 하니까. 여기서 실력을 쌓아 다음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내 목표다. 꼭 결승에 가서 전북을 만나고 싶다. 팀의 욕심도 느껴진다. 우리 팀이 리그 우승은 많지만(6회) ACL에서 8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정 경기 갈 때 전세기를 동원하고, 식사를 비롯한 관리를 최상급으로 해준다.”

썸네일
- 전북 시절 동료들과도 ‘결승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지.

“물론 많이 한다. 이주용, 레오나르도, 최보경 등 친한 선수들과 종종 연락한다. ‘결승에서 만나자’, ‘ACL은 우리가 우승할 테니 너희는 리그 우승에 집중해라’라는 이야기가 자주 오간다. 전북의 8강전도 재방송으로 봤다. 그 경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선수들 몸동작마다 느껴졌다. 전북이 홈에서 0-0으로 비겼는데, 우리도 알아인과 2무를 거뒀지만 원정 다득점으로 8강에 오른 팀이다. 전북도 원정에서 골 넣고 비기면 올라갈 수 있으니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전 동료들을 믿고 있다.”

- ACL 16강전에선 이명주가 뛰는 리그 라이벌 알아인을 꺾었다.

“별다른 이야길 나누진 않았다. 둘 중 한 명은 웃고, 한 명은 울 수밖에 없는 것이 축구다. 경기가 끝난 뒤 명주 형 기분이 안 좋으실 테니까 후배인 내가 이러쿵저러쿵 하기 힘들었다. 다가가서 수고하셨다고 인사만 하고, 유니폼을 받았다. 평소에도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끼리 만나면 열심히 하자고 독려한다. 난 후배니까 선배 형들이 말 걸어 주시면 인사드리는 입장이다.”

권경원은 9월 17일 열리는 ACL 8강 2차전을 잘 넘길 경우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레퀴야(카타르) 승자를 준결승에서 만난다. 알힐랄엔 곽태휘, 레퀴야엔 남태희가 있다. 두 선수 모두 권경원과 딱히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 1차전에서 4-1로 승리한 알힐랄이 유리하다.

- UAE 팀은 김정우(전 바니야스), 신진호(전 에미레이츠), 최근 이적한 박종우(알자지라) 등 한국 미드필더를 유독 선호하는 것 같다.

“공격수는 아시다시피 남미나 유럽의 굉장한 선수들을 사 오니까, 아시아쿼터로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주로 영입한다. 한국과 함께 이란, 이라크 선수들도 많이 보인다. 명주 형은 한 시간 정도 거리에 계신다. 자주 만나서 밥 먹고, 플레이에서 고쳐야 할 점을 이야기하는 사이다. 종우 형은 아직 못 봤지만 시간 나면 같이 식사하기로 했다. 형들 만나는 것 말곤 할 일도 없다. 도착한지 일주일 만에 놀 만한 곳은 다 돌아봤다. 사막투어, 부르즈칼리파, 두바이몰 한 번씩 가면 끝이다.”

- 주로 머무른다는 집은 어떤가? 최고급으로 제공되나?

“주는 건 아니고 빌려주는 집이지만 정말 좋은 집이다. (헛웃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인공섬 지역에 있고, 창밖으로 바로 바다가 보인다. 방도 많다.”

권경원이 말한 인공섬은 두바이의 명물 팜 주메이라다. 야자나무 모양 인공섬에 고급 빌라가 밀집돼 있다. 데이비드 베컴을 비롯한 세계 명사들이 투자한 곳으로 유명해졌다.

사진= 알아흘리 공식 홈페이지, 권경원 제공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