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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ACL 결승행 권경원 "ACL 우승으로 전북 한 풀어줄 것"
관리자 10/23/2015

썸네일결승골을 넣은 권경원.
권경원(23·알 아흘리)에겐 쏜살처럼 지나간 8개월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이적, 그리고 쉼없이 이어진 경기들에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큰 일을 해냈다. 권경원은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알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 힐랄과의 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2-2로 비기고 있던 후반 추가 시간 골을 넣었다. 알 아흘리는 1,2차전 합계 4대3으로 결승에 올랐다. 권경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8개월간의 이야기와 ACL 결승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경원아, 너 남아야겠다

1월 권경원은 전북의 두바이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6주간의 전지 훈련 동안 최보경(27) 이 호(31) 그리고 정 훈(30)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쳤다. 2월 8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짐을 다 싼 권경원은 공항행 버스에 오를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최강희 감독이 권경원을 불렀다. "무슨 잘못을 했나?" 권경원은 떨렸다. 최 감독은 "경원아. 너 여기에 남아야겠다"고 말했다. 이적이었다.

알 아흘리가 권경원을 원했다. 알 아흘리는 1월 31일 전북과 연습경기를 했다. 권경원이 맹활약했다. 알 아흘리의 감독은 현역시절 수원에서 활약했던 올리, 원래 이름은 코스민 올라로이우였다. 올라로이우 감독은 거액을 가지고 찾아와 권경원을 달라고 했다. 전북으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규모의 이적료였다. 거액의 연봉도 약속했다. 최 감독은 "너를 잡을 수가 없는 제안이 들어왔어. 여기서 열심히 해야 해"라고 말했다.

권경원만을 남긴채 전북의 버스는 공항으로 떠났다. 곧 이어 차 한대가 들어왔다. 알 아흘리 관계자였다. 계약서를 읽고 사인을 했다. 알 아흘리의 유니폼도 받았다. 모든 것이 찰나에 이뤄졌다.

예상치못한 부작용도 있었다. 권경원은 2월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갑자기 남았다. 입을 옷도 없었다. 한국에 다녀올 수 없었다. 알 아흘리는 바로 경기 출전을 원했다. 계약 후 바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2월 26일 첫 출전했다. 풀타임을 소화했다.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졌다. 2월에 한국으로 돌아온다던 권경원은 6월에야 한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사진제공=권경원
▶변신

UAE 프로리그는 K리그와 다르게 추춘제다.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여름에 시즌이 끝난다. 2014~2015시즌 권경원은 UAE리그에 연착륙했다. 11경기에 나서 972분을 뛰었다. 거의 매경기 풀타임 출전이었다. 변신도 했다.

원래 권경원의 포지션은 미드필더다. 알 아흘리에서는 중앙 수비수도 병행했다. 권경원은 "올라로이우 감독이 선호하는 포지션을 물어보더라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장 좋지만 중앙수비수도 할 수 있다.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나를 중앙 수비수로도 키워달라'고 했다"며 "2014~2015시즌을 5경기 남겨놓고부터는 중앙수비수로 뛰었다"고 말했다.

큰 경험이 됐다. UAE에서는 대부분의 팀들이 세계적인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권경원은 이들과 맞부딪히며 수비력을 키워나갔다. "알 아인에서 뛴 아사모아 기안(상하이 둥야)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 정말 피지컬과 기술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말한 권경원은 "TV에서 보던 미르코 부치니치(알 자지라)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뛴 로이스톤 드렌테(바니야스)도 인상깊었다"고 감탄했다.

권경원이 두바이에서 휴식 중 팀동료들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권경원
▶우리만 신경쓰겠다

권경원은 준결승전을 회상했다. 알 힐랄의 곽태휘(34)와 맞대결을 펼쳤다. 준결승 1,2차전 내내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곽태휘를 전담 마크했다. 곽태휘와는 인연이 없었다. ACL 준결승전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곽태휘 선배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그대로더라"며 "1차전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이었다. 경기장에 가니까 따로 챙겨주시고 덕담도 해주시더라. 2차전을 앞두고도 그랬다. 경기 끝나고 제대로 인사를 못드렸는데 꼭 다시 인사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결승에서는 광저우 헝다와 맞붙는다. 권경원은 "패싱축구를 하는 감바 오사카보다 광저우가 낫다. 힘과 힘이 맞부딪힌다면 우리도 해볼만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전북이 8강에서 떨어졌다. 내가 우승해 전북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경원은 광저우 헝다 수비 핵심 김영권(25)과도 맞대결한다. "김영권 선배와도 별다른 인연은 없다. 다만 영생고 재학 시절이었다. 전주대와 연습경기를 하는데 김영권 선배가 와서 심판을 봤다. 이번에 제대로 된 인연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에 대한 얘기도 했다. 그는 "팀에서 다들 대표팀에 안 가냐고 묻더라. 여기서 열심히 하다보면 하늘에서 좋은 기회가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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