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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경원이 밝히는 알아흘리의 ACL 결승 준비
관리자 11/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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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 한국 팀은 없다. 그러나 한국 선수는 두 팀에 다 있다. 광저우헝다(중국)의 김영권(25)과 알아흘리(아랍에미리트)의 권경원(23)이다.

올해 1월 전북현대 소속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전지훈련을 갔다가 알아흘리의 다급한 구애를 받고 얼결에 이적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권경원은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골을 넣은 선수다. 지난 ACL 4강 2차전 추가시간에 권경원이 결승골을 넣은 덕분에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를 3-2로 꺾고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 팬들에게 알아흘리는 낯선 팀이다. 구단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권경원에게 지난 4일 전화해 ‘내부 정보 유출’을 요청했다. 권경원은 공개해도 되는 내용만 잘 골라가며 대답해 줬다. 결승전 상대인 김영권이 한때 자신의 롤모델이었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결승 1차전은 8일(한국시간) 오전 0시 45분 알아흘리의 홈경기로 열린다.

결승전을 3일 남긴 알아흘리의 준비 상태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써서 준비를 하고 있다. 훈련 중간 중간 계속 물을 뿌려 주더라. 그리고 왕자가 쓰는 잔디가 있는데 그 곳을 대여해 준다. 들리는 바로는 레알마드리드, 맨체스터시티가 왔을 때 쓰는 곳이라는데 우린 자주 이용하진 못하던 곳이다. 먹는 것도 신경 써 준다. 비타민, 프로틴, 마그네슘 등 등 경기 전후에 먹는 영양제의 가짓수가 늘어났다. 훈련 중에도 먹인다.

헝다 분석 결과

우리 팀은 원래 상대 팀을 분석해서 항상 준비하기 때문에 평소와 마찬가지다. (헝다는 붙어볼 만한 팀인가?) 괜히 결승에 올라온 게 아니더라. 조별리그 때도 좋았지만, 한 단계씩 올라올수록 팀이 점점 강해졌다. 갈수록 단점이 없어졌다. 나는 수비수 입장에서 봤는데 공격력이 갈수록 강해졌다. 결승전답게 엄청 힘든 게임이 될 것 같다.

김영권과의 친분, 인연, 악연, 혹은 뭐든지

딱히 없다. 그냥 한 가지 있다면 내가 존경하는 선수라는 거? 내가 전주영생고를 나왔는데 당시 김영권 선배가 전주대를 다니고 있었다. 그때 U-20 월드컵에서도 잘 하고 왼발잡이에 중앙수비수라 내가 유심히 봤고, 거의 롤모델로 생각하는 선수였다. 연습 경기 할 때 한 번씩 마주쳤는데 선배는 모르실 거다. 나만 기억하는 인연이다.

결승 진출에 대한 현지 반응

여기 사람들은 축구장에 많이 오지 않는다. 더우니까 집에서 중계를 보는 문화다. 그런데 요즘엔 ACL 경기 하면 거의 만석이고, 끝나고 길거리 응원이 계속 이어지고, 사진도 엄청 많이 찍는다. 그렇다고 날 마구 알아봐서 길거리를 다니기 불편하다거나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우리 팀이 창단 이후로 ACL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 한 단계씩 올라가다보니 관계자들이 선수들에게 되게 고마워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여긴 축하할 일이 있으면 볼에다 뽀뽀를 하는데 준결승 당시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까지 잔뜩 와서 뽀뽀를 하더라. 수염 난 사람이 뽀뽀하면 정말 따가운데 게다가 격하게 한다. 그래서 아직 적응은 안 됐다. 아무튼 그만큼 엄청나게 축하해준다. 구단 프런트 중에 우는 사람도 많았다.

아, 그러고 보니 국왕이 구단 사람들에게 늘 다른 대회도 좋지만 ACL을 꼭 우승하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 (설마 우승 못 하면 벌이 내려진다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

준결승전 득점

그날 경기 전 5명 정도가 ‘네가 골 넣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더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어쩌다보니 운이 좋아서 공이 딱 내 앞에 떨어졌다. 또 슈팅이 굴절돼서 어찌어찌 들어갔다. 실력이라고 보긴 좀 그렇고 하늘에서 많이 도와준 것 같다.

사실 시간이 거의 다 갔길래 구석으로 가서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동료들을 보니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좋아하고 있더라. 날 따라올 줄 알았는데, 나 혼자 세리머니 하느라 좀 무안했다. 시간 좀 끌려고 했는데 다 각자 갈 길을 가더라. 경기 끝나고 나서는 친구들이 ‘너 계약서 다시 쓸 거다. 지금 계약서 찢고 종신 계약서 쓸 거다’라고 농담을 하는데 설마 싶다. 일단 지금은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

아흘리의 결승 진출 이유

지지난 시즌에 3관왕을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지난 시즌엔 리그 7위에 슈퍼컵 우승이 고작이었다. 올해 여름(UAE 프로리그는 추춘제에 따라 여름에 시즌이 시작된다) 기존에 있던 외국인 선수 2명을 아웃시키고 2명을 사오는 걸 보며 재출발을 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여름 전지훈련을 갔는데 정말 힘들게 하더라. 중동 훈련은 힘들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건 뭐 전북 훈련은 천국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느꼈다. ‘올해 뭐 하나는 해내려나보다.’ 계속 팀 플레이 훈련밖에 안 했다. 그래서 우리 팀은 다 같이 수비하고 다 같이 공격하는 팀이다. 중동은 개인기 위주라고 하지만 우리 팀은 외국인 선수도 수비를 해야 한다. ACL을 위해 그렇게 준비한 것 같다.

화두, 브라질 대 브라질

우리 팀에 에베르톤 히베이루, 그리고 중국에 있는 히카르두 굴라르트가 같은 팀에 있었다더라. 둘 중 누가 이기는지가 초점이긴 한 것 같다.

* 알아흘리엔 현역 브라질 대표 미드필더 히베이루를 비롯해 2014/2015시즌 벤피카(포르투갈) 주전 공격수였던 호드리구 리마가 공격의 중심이다. 광저우헝다는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 파울리뉴, 공격의 중심인 엘케손과 파울리뉴 등을 보유했다.

그동안 이긴 이명주, 곽태휘와 눈 대화는

명주 형은 여기서 종종 본다. 경기 직전에 서로 안 다치게 잘 하자고 했고, 끝난 뒤엔 명주 형 기분이 안 좋을 테니까 인사만 가볍게 한 뒤 나중에 연락을 했다. “열심히 해서 우승해라”라는 말을 들었다.

곽태휘 선배님은 처음 뵈었다. 후배에게 편하게 잘 해주시더라. “지내는데 불편한 건 없냐, 먹는 건 입에 잘 맞냐, 수고해라” 등의 이야기를 경기 전에 해주셨다. 경기 중에 거기 계신지 모르고 손으로 선배님 얼굴 쪽을 친 적이 있는데 경기 끝나자마자 라커룸으로 들어가셔서 인사를 못 드렸다. 나중에 기회 되면 꼭 죄송하다고 인사드리고, 좋은 선배님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

* 권경원은 ACL 16강전에서 이명주가 소속된 알아인을, 준결승에서 곽태휘의 소속팀 알힐랄을 꺾었다.

전북과 결승에서 만나고 싶다는, 이루지 못한 꿈

개인적으론 전북을 만나는 게 내 바람이었다. 대신 만난 상대가 광저우다. 내가 전북에 있을 때도 전북과 광저우는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 광저우는 꼭 밟아야 하는 팀이었다. 그 마음을 담아 이번 결승전을 하겠다. 복수한다는 마음으로.

가족

지금 여기 아버지, 어머니, 형이 다 와 계시다. 원래 4강 2차전에 맞춰서 들어오셨다가 결승전도 보시게 된 거다. (중동에서 성공한 모습을 보여드리니 자랑스러워하시던가?) 부모님 입장에선 그런 거 없다. 그저 날씨 더운 데서 뛰는 아들을 안쓰러워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행복해하고 즐겁게 경기 하니까 부모님도 그 모습을 많이 좋아하신다.

사진= 알아흘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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