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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권경원의 1년, 무명서 亞정상 도전까지
관리자 01/22/2016



[풋볼리스트=두바이(UAE)] 김정용 기자= 1년 전 이맘때, 권경원(24, 알아흘리)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지금도 한국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거나 화제를 모은 적은 없다. 대신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오르며 아시아 축구계에서 주목 받는 선수가 됐다. 중국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도 도착했다.

K리그 후보 선수가 1년 뒤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외국인 선수를 쓰는 팀의 일원으로서 ACL 준우승을 경험했다. 강렬한 1년을 보낸 권경원을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메이단 호텔에서 만났다. 알아흘리 구단주이기도 한 셰이크 함단 빈 모하메드 알 막툼 왕세자가 지은 거대한 건물이다. 장소의 화려함과 대조적으로 권경원의 표정은 소탈했다. 그는 현지 선수들의 장난을 잘 받아주는, 무섭게 생겼지만 착한 동료였다.

다음은 권경원과의 인터뷰 전문.
- 알아흘리엔 전 프랑스 리그앙 득점왕(무사 소우), 전 벤피카 주전 공격수(호드리구 리마), 현역 브라질 대표 미드필더(에벨톤 히베이루), 그리고 K리그 후보 선수였던 권경원이 있습니다. 최소한 한국 대표팀 주전 수비수 정도는 영입할 것 같은 팀인데 왜 권경원을 골랐을까요? 1년 전을 돌아봐 주세요.

짐작이 하나도 가지 않아요. 동료들도 제가 전북에서 경기를 못 뛰던 선수라는 걸 나중에 알았죠. 걔네들도 의아해 했어요. 우리 팀이 그런 선수를 영입할 줄 몰랐다는 거겠죠. 그래서 사실대로 말해 줬어요. 못 뛰었던 것 맞다고.

아마 이런 것 같아요. 전북이 여기에 전지훈련을 온 작년 이맘때, 전 정말 간절한 마음이었거든요. 좋은 말도 찾아보고 성공한 스포츠 선수의 명언도 많이 봤는데 ‘죽기 살기 말고 죽기로 해 보자’라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은 채 왔어요. 알아흘리가 전북과 친선경기 할 때 저의 간절한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실력이 아니고요. 실력을 봤다면 당연히 국가대표 주전 선배들을 봤겠죠.

- 공을 찰 때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건 어떤 건가요. 추상적으로 들리는데요.

보통 휴가 때는 쉬잖아요. 저는 그때 휴가를 받자마자 진자 이 악물고 준비 했어요. 2015년 전북에서 상대 선수를 부셔 버리는 역할을 해야겠다 싶어서 피지컬 준비를 엄청 했거든요. 그렇게 한 달 준비하고 동계훈련에 왔기 때문에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다른 선수들의 몸 상태가 50라면 저는 90였으니까. 그런 몸 상태를 갖고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며 경기에 나갔기 때문에 다부지게 경기했던 것 같아요.

- 이거 본인 생각 맞나요? 로이 아이트켄 스포츠디렉터가 “권경원은 ‘피지컬’과 ‘헝그리’함 때문에 영입했다”고 말했거든요. 거의 완전히 일치하는데요.

아, 그런가요? 저 로이랑 직접 이야기한 적 별로 없어요.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는 있는데 스코틀랜드 억양 앞에선 울렁증이 생겨서.

- 한국인 센터백이 아시아쿼터로 큰 인기를 끄는 건 호주, 이란 다음으로 건장한 체격 때문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전환한 뒤 체격이 장점으로 작용했나요?

피지컬은 사실 밀렸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다른 팀 공격수 중에 흑인 선수들이 많거든요. 제 장점은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은 어렸을 때부터 드리블을 잘 못하게 하잖아요. 그래서 원 터치, 투 터치로 빨리 처리하며 쉽게 차는 걸 좋아하죠. 그런 성격이 중동이나 중국에서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중동 선수들은 개인 기술로 화려하게 드리블하는 걸 원하거든요. 한국 선수의 팀 플레이가 다른 선수들의 개인 플레이를 보완하는 거죠.

- 미드필더인 이명주(알아인), 박종우(알자지라)를 봐도 각 소속팀에서 그런 역할을 하나요?

네. 대표적인 게 명주 형이죠. 그 팀은 명주 형 없으면 안 돌아가요. 10번(오마르 압둘라흐만)을 비롯해서 명주 형 주위에 있는 선수들이 다 화려한데, 명주 형이 없으면 그런 플레이가 힘들 거예요.

- 올해 ACL 결승까지 오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무래도 제가 골을 넣었던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4강 2차전이죠.

- 그 경기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다들 힐랄이 이길 거라고 예상했어요. 중동 지역 최고라고 증명이 된 팀이니까. 그래서 저희 구단주인 왕자도 자기 팀이 그렇게까지 잘 할 줄은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후회 없이 뛰자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생각보다 일찍 두 골을 넣으며 잘 풀렸고, 하프타임 라커룸에 왕자도 들어와서 “이렇게만 하자”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후반전 들어서 저희 수비수들이 해이해진 거죠. 그냥 선 채로 두 골을 먹었어요.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우리 팀이 결승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10분 정도 남겨놓고 사우디 선수들이 이상해지는 걸 느꼈어요. 공격을 안 하더라고요. 기존 흐름을 유지했다면 아마 뒤집을 수 없었을 텐데, 상대가 물러나니까 저희가 계속 물아붙인 거죠. 전 원래 세트피스에서 파포스트에 서요.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짧은 공이 날아올 것 같아서 난생 처음 무조건 앞쪽으로 갔어요. 정말 공이 왔고, 달려오는 저희 팀 선수도 있었는데 무조건 제가 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슛이 굴절되는 것까지 봤고, 그 다음엔 들어가 있는 게 보였어요.

- 그런데 결승이….

근데요, 어떻게 두 경기 다 퇴장이 나올 수가 있죠? 그게 아쉬워요. 1차전을 0-0으로 마쳤을 때 꽤 잘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2차전도 준비한 대로 끌고 가는 중이었어요. 광저우헝다 선수들은 시즌 막판이라 힘들고, 저희는 시즌 중반이라 힘이 많으니까, 후반 15분까지 버티고 나머지 30분 동안 승부를 내자는 것이 감독님의 작전이었는데. 15분 버티고 나니까 퇴장(후반 21분 살민 카미스)이 나더라고요. 그대로 끝났죠.

- 광저우헝다는 어떤 팀이었나요. UAE에도 좋은 공격수가 많지만, 결승전 상대는 아시아에서 뛰는 최고 공격수들이었는데.

힘으로 눌러버리는 팀이에요. 기술도 기술이지만 스피드, 몸싸움이 다들 좋아서 심플한 공격으로 끝내 버려요. 그런데 전 김영권 형이 제일 좋은 선수라고 느꼈어요. 진짜. 제가 막은 건 엘케손, 굴라트였는데 부딪친 적도 없는 영권이 형이 제일 강한 인상을 줬어요. 제가 평소에 그 분 플레이를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영생고, 영권이 형이 전주대 다닐 때부터요. 그 형이 성장하시는 것도 다 지켜봤다고 할 수 있는데 경험을 쌓으시면서 위치선정, 빌드업, 수비력이 다 좋아지셔서 더욱 배울 게 많은 선수가 되셨어요.

- 주전으로 뛴 생애 첫 프로 대회에서 우승을 놓치고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너무 허무했죠. 9개월 동안 준비해 온 경기가 그렇게 끝나버리니까. 헝다의 시상식을 보며 그냥 눈을 감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까 정작 UAE 선수들은 신이 그렇게 만드신 거라며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저는 분해서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데, 다른 친구들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처음엔 이해가 안 됐죠. 나중엔 그게 UAE 사람들이 살아가는 태도고 받아들이는 방식이라는 걸 알았고, 그들을 따라서 제 마음도 편해졌어요.

- 어린 나이에 중동에 왔어요. 독특한 경우인데, 앞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축구를 할 건가요?

프로 입단하기 전부터 제 꿈은 최대한 여러 나라의 리그를 경험하는 거였어요.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중동 가는 절 보고 주위 사람들은 ‘돈 많이 벌고 군대 가면 되겠네’라고 했는데, 전 유럽으로 가고 싶어요. 중동에서 실력이 퇴보된다는 시각과 달리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막아야 하니까 오히려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해요.

- 현지에서 인기를 좀 느끼지 않아요?

길거리에선 하나도 못 느끼고요. 재밌는 게 백화점이나 큰 몰에서 절 알아보시는 분들은 거의 다 사우디 분들이세요. 신기해서 왜 그런지 알아봤어요. 사우디 축구팬 중 절반이 힐랄, 30 정도가 알나스르 팬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스르가 컵대회에서 종료 직전 실점해 힐랄에 패배한 적이 있는데, 제가 힐랄을 상대로 똑같은 경기를 했잖아요. 그래서 나스르 팬들에겐 제가 복수를 해 준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엄청 많이 와요. 나스르 유니폼에 제 이름을 새겼다며 사진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웃음). 지금도 인스타에 달리는 좋아요와 댓글이 전부 나스르 팬들이에요.

- 두바이에 사는 사람은 뭘 하고 노나요?

쇼핑의 나라라는데 제가 쇼핑을 안 좋아해요. 그냥 가아끔 쇼핑, 낚시, 운동 외엔 별다른 게 없어요. 혼자 카페에 가고, 동료와 밥 먹으러 가고. (로비 반대쪽 알아흘리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리키며) 저쪽에 있던 아메드 칼릴과 마제드 하산은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밥도 해 준 친구들이에요. 하산은 자기가 다니는 미용실에 절 데려가서 지금 헤어스타일로 만들어 놧어요. 그 뒤로 지금까지 미용실에 같이 다녀요.

- ‘꿈의 팀’이 있나요?

바이에른뮌헨, 그리고 아약스요. 제 꿈이 아약스를 거쳐서 바이에른 가는 거였어요. 원래 네덜란드 진출을 하고 싶었는데 정확한 팀 이름을 아약스라고 생각한 거죠. 아직도 그 꿈은 버리지 않았어요.

- 권경원 선수 연봉만 봐도 네덜란드 구단에서 영입할 엄두를 못 낼 텐데요?

저희 팀에 오사마 아사이디라는 리버풀 출신 선수가 있는데 지금 상황이 좀 안 좋거든요. 등록이 안 돼 있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전에 헤렌벤에서 뛰었어요. 제 꿈이 네덜란드 가는 거라고 하니까 “니가 가고 싶다면야 갈 수 있는데 돈을 못 받을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금보다 반의 반만 받아도 된다”고 했더니 아사이디가 나중에 잘 안 풀리면 같이 헤렌벤 가자고 해 줬어요(웃음). 지금은 그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있어요.

- 지난 1년은 어떤 해였나요.

5년은 걸려야 경험할 일들을 1년에 다 경험한 것 같아요. 그러나 지난 1년은 적응을 마치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흘려보낼 거예요. 이제부턴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죠. 앞으로가 중요하니까.

- 국가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재미있는 것이, ACL에서 만난 곽태휘와 김영권은 현재 대표팀 주전 센터백 콤비입니다.

두 선수와 부딪치면서 ‘괜히 국가대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피나는 노력을 해야 간신히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제가 정말 잘 하면 슈틸리케 감독님이 뽑아주시겠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감독님이 제게 반할 정도로 잘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죠. 대표팀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그건 누구나 갖고 있죠. 그게 없으면 야망이 없는 선수잖아요?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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