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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예선 결산③] '2경기 심폐소생' 김신욱의 머리, 재활용 가능할까
관리자 09/06/2017

▲ 김신욱 활용법을 찾아야 하는 신태용호다.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대기록은 기록이고, 냉혹한 현실은 현실이다.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일궈냈지만 눈앞에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풀지 않고서는 본선행 자체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숙제는 여러 사령탑을 거치면서도 해결되지 못했다. 일명 '김신욱 딜레마'다. 어느덧 장신 공격수를 두고 발생하는 활용법 문제를 지칭하는 대명사 쯤이 되버렸을 정도. 김신욱은 본선행에 분명 기여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적절한 활용 방안은 '여우' 신태용 감독도 찾지 못했다. 그와 그가 자랑하는 높이는 '재활용' 될 수 있는 것일까.

◆ 골 없었지만, 김신욱이 아니었더라면…

김신욱의 득점 기록은 꽤 오래전에 멈춰있다. 2018년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에 나섰지만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2014년 1월 코스타리카와 치른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게 최근 A매치 득점이다.

골이 침묵했다고 활약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가 아니였더라면 일찌기 짐을 쌌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까지 본선행을 꿈꾸고 또 진출을 확정 짓기까지 그의 활약이 없었다 말하긴 무척 힘들다.

* 김신욱이 살린 2경기 : 최종예선 3차전 카타르전 동점골 기여, 3-2 승리 / 5차전 우즈베키스탄전 결승골 도움, 2-1 승리

김신욱은 두 경기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카타르와 3차전에서 지지부진한 경기 흐름을 바꾼 건 '조커' 김신욱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김신욱은 동점 골의 시발점을 만들어냈다. 홍철이 왼쪽 측면에서 내 준 패스를 김신욱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머리로 반대편으로 보냈고, 이 볼이 결국 지동원에게 가 결국 골로 연결됐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5차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는 더 극적이다. 후반 22분 그라운드를 밟은 김신욱은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정규 시간 5분을 남긴 상황. 페널티박스 안에서 김신욱이 헤더로 떨궈주고 구자철이 왼발로 마무리해 한국은 막판 승점 3점을 쓸어담았다.

10차전을 마치고 보니 본선에 직행한 한국(15점)과 플레이오프에 간 시리아, 심지어 본선 탈락이 확정된 우즈베키스탄(이상 13점)과 승점 차이가 2점에 불과하다. 골이 없어 폄하되고 있지만, 그때 김신욱의 머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대표팀에서 김신욱은 교체에 익숙하다. 최종예선에서 가장 많이 교체 출전을 한 선수도 그다.

◆ 또 '김신욱 딜레마'…답을 가진 건 김신욱이 아니라 신태용이 돼야

다시 '김신욱 딜레마'다. 대표팀 내에서 김신욱의 투입 목적은 비교적 명확하다. 출전한 최종예선 5번 모두 교체 투입된 그는 제공권을 장악이라는 임무를 가지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러면 급한대로 공중 볼이 쏟아지고, 이는 공격 전술의 '단순화'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로 매번 이어져왔다.

197cm '진격의 거인'. 실제로 그가 키에 부합하는 제공권 장악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 역시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문제를 온전히 김신욱 개인 문제로 돌리기는 어렵다. 제아무리가 키가 커도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 정확도가 떨어지는 롱볼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약속된 플레이'가 아니라면 더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조기 소집에 임한 김신욱도 "소속팀이야 훈련을 많이 하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 눈만 봐도 무엇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약속된 플레이가 더 어려운데 이번에는 많은 노력을 하며 맞추고 있다"면서 약속된 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란전은 '약속'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상 '즉흥 플레이'로 보는 편이 더 합당해 보인다. 김신욱이 투입됐지만, 정작 그에게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줄 이가 없었다. 우즈베키스탄전에는 교체마저 불발되며 조기소집 10일 동안 맞춘 약속이 끝끝내 미궁 속으로 빠졌다.

일명 '뻥 축구'가 문제가 아니다. 이란처럼 세컨드볼을 따낼 수만 있다면, 주변 선수를 활용해 공간을 창출하고 그걸 활용할 수만 있다면 단순하지만 파괴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간과하고 있는 건 그가 발기술도 좋은 선수라는 점이다. 전북에서 원톱보다 세컨드 스트라이커에 더 적합한 경기를 수차례 보여왔고 이는 또하나의 김신욱 활용법이 될 수 있다.

물음표가 따라다니지만, 분명 그는 한국 축구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몇 안되는 카드다. 지금처럼 약속은 약속대로 두고 실전에서 '리셋'된다면 딜레마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높이를 이용할 지, 높이를 미끼로 다른 플레이를 살릴 지 '재활용'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건 김신욱이 아닌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쥐고 있고, 쥐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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